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시리아의 아메드 알샤라 대통령을 맞이했다.
시리아 건국 이후 자국 정상이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담은 공식 일정이 사전에 공개되지 않은 비공개 외교 일정으로, 알샤라 대통령의 도착부터 회담 종료까지 모든 과정이 철저히 언론 비공개로 진행됐다.
두 정상은 약 두 시간가량 회담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 알샤라, 테러단체 출신에서 국가 지도자로

알샤라 대통령은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알카에다 소속이었으며, 이라크 미군 교도소에 수감된 전력이 있다.
그는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후 알카에다 연계 조직 ‘누스라 전선’을 창설했으나 2016년 결별을 선언했다.
이후 시리아 북부 반군 조직 4곳을 통합해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을 세웠고, 지난해 12월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며 정권 교체를 이끌었다.

그의 백악관 방문은, 오랜 내전과 국제 제재로 고립돼 있던 시리아가 미국 중심의 서방과 관계 정상화를 시도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번 회담이 “시리아의 재건 및 외교 복귀를 위한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미국, 시리아 제재 180일간 유예

미국 정부는 회담 직후 ‘시저 시리아 민간인 보호법(Caesar Act)’에 따른 일부 제재를 180일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시리아의 전후 재건 사업 참여를 유도하고, 알샤라 정부가 국제 사회와의 협력 의지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시저법은 2019년 발효된 대(對)시리아 제재법으로, 내전 당시 아사드 정권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을 폭로한 군 내부자의 코드명 ‘시저’에서 이름을 따왔다.
해당 법은 시리아 정부뿐 아니라 시리아와 거래한 제3국의 기업·개인에게도 2차 제재를 부과하는 것이 특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리아에 대한 제재 완화는 평화와 재건의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며, “지속적인 협력을 조건으로 한 임시 유예 조치”라고 설명했다.


■ 트럼프의 중동 전략, ‘고립 해제’로 방향 선회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외교 노선을 ‘고립 정책에서 실리 외교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알샤라 대통령을 함께 만난 자리에서 “시리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미국은 단계적으로 시리아 관련 행정명령을 폐지하고, 알샤라가 결성한 HTS에 대한 ‘외국 테러단체(FTO)’ 지정도 철회했다.
이는 미국이 과거 적성국으로 규정했던 시리아를 경제적 협력 파트너로 재편하려는 전략적 조정으로 해석된다.

■ ‘테러리스트 출신 정상’의 백악관 입성, 의미는

국제사회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남아 있다.
알샤라 대통령은 테러단체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에 국제적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지만,
미국이 그를 정식으로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린 것은 “현실 정치의 승리”이자 “포용 외교의 실험”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제기된다.

워싱턴의 한 외교 전문가는 “트럼프가 실리 중심의 외교를 내세우며 중동 세력 재편에 나선 것”이라며,
“이 회담이 성공적으로 이어진다면 시리아의 서방 복귀뿐 아니라, 중동 내 미국 영향력 회복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결론: 제재 완화에서 협력으로, 변곡점에 선 시리아

시리아는 여전히 폐허에 가깝고, 국제기구의 지원 없이는 재건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번 백악관 회담은 ‘적대국에서 협력국으로의 시험대’라는 의미를 가진다.
알샤라 정권이 서방과의 협력 속에서 민주적 체제로 나아갈지,
혹은 제재 완화만을 얻은 채 과거의 길로 돌아설지는 앞으로 6개월, 시저법 유예 기간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