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가 치솟아도 모든 투자자가 웃는 것은 아니다.
최근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개인투자자 절반 이상은 여전히 손실 구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국내 주식 잔고를 보유한 개인 고객 약 240만 명 가운데 손실 계좌가 전체의 54.6%를 차지했다.
평균 손실액은 1인당 931만 원, 총 손실 규모는 12조 원을 넘는 수준으로 집계됐다.
즉, 두 명 중 한 명은 ‘불장’에서도 계좌가 파란불인 셈이다.
■ 최근 매수 자금일수록 타격 커
이번 분석은 최초 투자금이 아닌 가장 최근 매수한 금액을 기준으로 손익을 산출했다.
즉, 급등기 말미에 진입한 투자자일수록 손실 폭이 커지는 구조다.
손실 구간별로는 10만~100만 원 미만 손실(26%)이 가장 많았고, 10만 원 미만(24%), 300만~1000만 원 미만(16%)이 뒤를 이었다.
5000만 원 이상 손실을 본 투자자도 약 4만 명에 달했다.
■ 카카오 ‘물린 계좌’ 최다… 수익률은 삼성전자가 견인
손실 계좌 중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은 카카오였다.
2021년 주가가 16만 원을 넘나들던 시기에 매수한 투자자들이 장기간 보유하면서, 현재 6만 원대의 주가가 손실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손실 금액 비중으로는 포스코홀딩스가 1위(약 2.6%), 이어 카카오, 금양,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순이었다.
반면, 수익 계좌의 1위는 삼성전자였다.
올해 3월 5만 원대였던 주가는 11월 들어 11만 원을 돌파하며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이에 따라 수익 계좌 내 수익금 비중의 약 5분의 1(19.5%)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우선주 역시 각각 9만 명, 10만 명 이상의 투자자가 보유하며 꾸준히 수익을 냈다.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ETF, 특히 ‘TIGER 미국 S&P500’도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였다.
■ “남들은 다 벌었다”는 착각…확증편향이 만든 착시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으로 해석한다.
SNS나 커뮤니티에선 수익 인증이 넘쳐나지만, 실제로는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가 더 많다는 것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은 돈을 벌면 자랑하지만 잃으면 말하지 않는다”며
“주도주가 아닌 종목에 집중한 투자자일수록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반도체나 조선·방산·원전 등 대형주 중심의 장세에서 소형 성장주 위주의 개인은 체감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지수 추종보다 실적 중심으로…조정기 분할매수 필요”
시장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지수 상승에만 의존한 단기 매매를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대형주가 급등한 국면에서는 뒤늦은 추격 매수보다는,
기업의 실적과 산업 구조를 분석한 후 조정 구간에서 분할매수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수가 고점에 있을 때일수록 ‘남들 다 벌었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며
“냉정한 데이터와 포트폴리오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결국, ‘불장 착시’의 교훈
주가 상승률만 보면 활황장 같지만, 개인 투자자의 절반은 여전히 손실을 기록 중이다.
지수 상승이 곧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번 통계가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남들 다 벌었다’는 착각 대신, 냉정한 현실 감각이야말로 지금 시장에서 가장 귀한 투자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