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기반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이 월가의 새로운 ‘대어(大魚)’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직 상장 전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몰리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회사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ICE)가 20억 달러(약 2조7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ICE의 20억 달러 투자, “월가가 인정한 합법적 플랫폼”

ICE는 뉴욕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거래 인프라 기업 중 하나다. 이들이 폴리마켓 지분을 인수하면서, 폴리마켓의 기업가치는 단숨에 약 90억 달러(약 12조 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이는 1년 전 3억5천만 달러에 불과했던 가치에서 7배 이상 폭등한 수치다. 시장에서는 “전통 금융기관이 직접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예측시장의 위상이 달라졌다”며 “폴리마켓은 이제 단순한 코인 베팅 사이트가 아니라, ‘월가가 인정한 합법적 예측시장’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예측시장, 미래에 베팅하는 금융의 새로운 형태

폴리마켓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특정 사건의 발생 여부에 대해 가상화폐를 활용해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미 연준(Fed)이 내달 금리를 인하할까?”, “미 대선 승자는 트럼프일까?”와 같은 질문을 ‘네(Yes)’ 또는 ‘아니오(No)’ 형태의 주식으로 사고판다.
주가가 0달러~1달러 사이에서 움직이며, 이 가격이 곧 ‘발생 확률’로 해석된다. 예측이 맞으면 1달러를 받고, 틀리면 0원이 된다.

이 같은 구조는 단순한 도박이 아니라, ‘정보에 기반한 확률 시장’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폴리마켓의 데이터는 시장의 실시간 여론과 기대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금리, 선거, 스포츠 경기, 전쟁 등 전 세계 이슈가 모두 거래 대상이 되며, “뉴스보다 빠른 정보시장”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규제 리스크 해소, 미국 시장 재진입 성공

폴리마켓은 2022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미등록 파생상품 거래 혐의로 14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고 미국 내 접속이 차단된 바 있다.
그러나 2025년 7월, 폴리마켓이 CFTC 라이선스를 보유한 파생상품 거래소 ‘QCEX’를 약 1억1,2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같은 해 10월, CFTC는 폴리마켓의 미국 내 합법 서비스 제공을 사실상 승인했다.
이후 폴리마켓은 QCEX의 라이선스를 활용해 ‘선거 승자’, ‘금리’, ‘스포츠’, ‘전쟁’ 등 4개 카테고리의 예측 계약을 정식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프리IPO 시장에서 이미 ‘과열 조짐’

ICE의 투자 소식 이후, 포지글로벌(Forge Global), 에퀴티젠(EquityZen), 하이브(Hiive) 등 주요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서는 폴리마켓 지분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거래가는 ICE의 투자 당시 평가된 기업가치 약 90억 달러를 기준으로 형성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지금 진입하면 70% 이상 수익도 가능하다”며 프리IPO 시장에 베팅하고 있다.

뉴욕의 한 벤처 캐피털 관계자는 “ICE가 들어왔다는 건 곧 제도권 진입을 의미한다”며 “이제 폴리마켓은 ‘합법적 예측시장’의 대표주자가 됐다”고 강조했다.

▲향후 IPO 기대감… “예측시장이 월가의 주류로”

업계에서는 ICE의 전략적 투자를 폴리마켓 IPO의 ‘사전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ICE가 단순 재무투자가 아닌, 향후 거래소 인프라 연계 및 상장 주관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셰인 코플란(Shane Coplan) 폴리마켓 CEO는 “ICE의 기관 신뢰도와 폴리마켓의 사용자 기반이 결합하면, 세계 최고의 예측 플랫폼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상장 가능성을 사실상 시사했다.


▲전문가 분석: “단기 과열 주의… 규제·유동성 리스크 여전”

다만 일부 월가 전문가들은 “IPO 기대감이 선반영된 과열 국면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폴리마켓의 사업 모델은 여전히 파생상품·도박 규제의 경계에 있으며, 상장 절차 또한 공식적으로 제출된 바 없다.

또한 프리IPO 거래는 일반 투자자가 참여하기 어렵고, 유동성(매도·매수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고위험 투자 영역에 속한다.

▲마무리

ICE의 참여로 ‘예측시장’이라는 신생 산업이 전통 금융의 문턱을 넘었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IPO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폴리마켓이 진짜 ‘대어’가 될지, 혹은 과열된 환상으로 끝날지는—앞으로 ICE와 규제당국, 그리고 시장의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