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80원 선을 넘어서면서 가계의 식탁이 가장 먼저 흔들리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지 않았음에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먹거리 물가는 연쇄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이다. 가격 인상의 원인은 단순한 원가 상승이 아니라 환율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시차에 있다.

수입 식품과 원재료는 계약 시점과 실제 국내 반입 시점 사이에 수개월의 간격이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환율이 급등하면, 비교적 낮은 가격에 계약한 물량조차 원화 기준으로는 비싸질 수밖에 없다. 최근 나타나는 ‘국제 가격은 안정적인데 국내 가격은 오르는’ 현상은 바로 이 환율 시차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곡물과 축산물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일수록 환율 민감도가 크다. 달러 기준으로는 완만한 가격 변동에 그쳤던 소고기·돼지고기·커피·와인 등이 국내에 들어오는 순간, 환율이라는 추가 비용이 덧씌워지면서 소비자가격 상승 압력으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국제 시세 하락의 효과는 상쇄되고, 오히려 ‘역설적 가격 상승’이 발생한다.


문제는 이 흐름이 단기에 그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환율 수준이 반영되는 수입 계약 물량은 내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향후 몇 개월간 물가 지표가 추가로 압박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당장 장바구니 가격이 급등하지 않더라도, 식품·외식·가공식품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가격 조정 신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식품업계 역시 대응이 쉽지 않다. 원가 부담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을 늦출수록 손익 구조가 악화되기 때문이다. 결국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 한,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비용 부담을 나눠 떠안는 구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물가 압력을 단순한 일시적 변동으로 보기보다,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되는 국면으로 보고 있다. 국제 가격보다 환율이 더 큰 변수가 된 지금, 물가 안정의 해법 역시 통화·환율 환경과 분리해 논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