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이난섬이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실물 자산 거래의 새로운 거점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최근 하이난 전역에 적용된 무관세 정책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골프장과 해변을 넘어 귀금속 매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뚜렷해졌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금 장신구 소비 급증이다. 같은 중량의 금을 중국 본토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하이난 방문 자체가 하나의 ‘재테크 동선’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단순 환율 차이나 면세 효과를 넘어, 체감 가격 격차가 수백만 원에 달한다는 경험담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퍼진 영향이다.

이 같은 흐름은 정책 설계의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이난 무관세 특구는 단순 소비 진작이 아니라, 해외 소비를 국내로 회수하고 실물 자산 거래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중국 정부의 중장기 전략과 맞닿아 있다. 금처럼 가격 투명성이 높고 수요가 안정적인 자산이 첫 번째 수혜 품목으로 부각된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특히 면세점 할인, 지방정부 보조 쿠폰, 대량 구매 인센티브가 결합되면서 ‘관광+쇼핑+투자’가 하나의 패키지 소비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로 하이난 주요 상권에서는 귀금속뿐 아니라 수입 과일, 고가 소비재 전반의 회전율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항공 수요 증가도 맞물리고 있다. 연휴를 앞두고 하이난행 항공편 예약이 늘어나면서, 무관세 정책이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관광·소비 구조로 정착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단순히 ‘싸게 사는 곳’을 넘어, 계획된 소비를 실행하는 목적지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하이난의 다음 변화를 산업 측면에서 주목한다. 무관세 적용 품목이 대폭 확대되면서, 반도체·첨단 장비 등 고부가가치 설비 도입이 쉬워졌고, 이는 향후 하이난이 소비 거점을 넘어 제조·기술 실험지로 기능할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결국 하이난의 변화는 관광 트렌드의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정책·소비·자산 이동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적 전환에 가깝다. ‘여행 가서 금을 산다’는 다소 낯선 풍경은,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실물 자산과 정책 프리미엄을 동시에 좇는 소비자 심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