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침체가 맞물리면서 개인사업자 부채가 임계점에 접근하고 있다. 수치상 연체율은 아직 1% 미만이지만, 그 안에 담긴 신호는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금융권 내부에서는 이번 흐름을 경기 둔화가 아닌 구조적 부실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문제는 연체 비율 자체보다 상승 속도와 분포다. 대출 잔액 기준보다 차주 기준 연체율이 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소수 대규모 차주가 아닌 영세 자영업자층 전반에서 상환 여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현상은 금융권별 격차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은행권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반면,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에서는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관리 부실이 아니라, 신용·담보 여건이 취약한 차주들이 고금리 금융으로 밀려난 결과로 해석된다. 결국 금리 부담이 누적되면서 가장 먼저 한계에 도달한 곳이 비은행권인 셈이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신용평가 체계의 왜곡이다. 최근 몇 년간 초고신용자로 분류된 차주 비중이 빠르게 늘었지만, 이들 그룹에서조차 연체액 증가 속도가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는 신용점수가 실제 상환 능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이른바 ‘신용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금융시스템의 기초 지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장에서는 이미 폐업과 구조조정이 일상화되고 있다. 임대료·인건비·이자 부담을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버티기 국면에 들어섰고, 일부는 추가 대출로 시간을 벌다 연체의 늪에 빠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단기적인 소비 진작책이나 금융 유예 조치만으로는 이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개인사업자 연체율 상승을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험 지표로 보고 있다. 당장 대형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내수 회복이 지연될 경우 부실이 점진적으로 확산될 여지는 충분하다. 결국 관건은 금리 환경, 자영업 구조 조정, 그리고 신용 평가의 정교화가 동시에 작동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의 연체율은 결과가 아니라 신호에 가깝다. 문제를 단순한 숫자로 볼 것인지, 아니면 경제 체질 변화를 알리는 경고음으로 해석할 것인지에 따라 대응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