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마침내 기준금리를 연 0.75%까지 끌어올렸다. 숫자만 놓고 보면 크지 않은 변화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유독 크게 읽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30년 가까이 유지돼 온 일본의 ‘초저금리 체제’가 사실상 종료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 ‘예외 국가’ 일본의 변화
그동안 일본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특이한 존재였다. 미국과 유럽이 금리를 올리고 내릴 때도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와 초완화 정책을 고수해왔다. 이로 인해 일본 엔화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가장 싸게 빌릴 수 있는 통화, 즉 자금 조달용 통화로 자리 잡았다.
이 구조가 만들어낸 것이 바로 ‘엔 캐리 트레이드’다.
투자자들은 엔화를 빌려 달러, 신흥국 통화, 주식, 채권, 심지어 가상자산까지 투자해 왔다. 일본의 낮은 금리는 글로벌 자산시장 곳곳에 보이지 않는 연료를 공급해온 셈이다.
▷ 0.75%의 진짜 의미
이번 금리 인상의 핵심은 수치가 아니라 방향성이다.
일본은행은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끝냈고, 이제는 “금리는 다시 정상으로 간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던졌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엔화를 계속 빌려도 안전한가
엔화 약세를 전제로 한 투자 전략은 유지 가능한가
레버리지 기반 글로벌 투자 구조는 재점검해야 하는가
이 질문이 늘어날수록, 시장에서는 조용한 포지션 축소가 시작된다.
▷ 환율과 자산시장에 미치는 파장
일본 금리 인상은 단순히 일본 내부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엔화가 강세로 전환될 경우, 그동안 엔화를 빌려 투자했던 자금은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증시, 특히 변동성이 큰 자산군은 동시다발적 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신흥국 자금 흐름 둔화
고위험 자산 선호 약화
환율 변동성 확대
같은 현상이 점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 ‘조용한 충격’의 시작
이번 일본의 결정은 단기 충격보다는 중장기 구조 변화의 출발점에 가깝다.
미국·유럽 중심의 금리 논의에서 벗어나, 이제는 일본까지 정상화 흐름에 동참하면서 글로벌 자금의 균형점 자체가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이번 일본 금리 인상을 단순한 국내 정책이 아닌,
세계 금융 질서 변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이유다.
▷ 투자자에게 남은 과제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일본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확산될수록,
과거의 저금리 전제 위에 쌓아 올린 투자 전략은 재점검이 불가피해진다.
조용하지만 분명한 변화.
일본의 0.75%는 숫자보다 시장 심리의 균열을 먼저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