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소비자들의 탈퇴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쿠팡에 입점해 있던 중·소상공인들의 매출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유출 사태의 원인이 플랫폼의 내부 보안 문제에서 시작된 만큼 책임 소재는 쿠팡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실제 타격은 가장 약한 위치에 있는 영세 판매자들에게 먼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쿠팡 탈퇴 인증’, ‘쿠팡 탈퇴 방법 공유’, ‘쿠팡 구매 중단’ 등의 게시물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실상 불매운동 성격의 참여 독려까지 등장하며 소비자 이탈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쿠팡은 입점 업체의 약 75%가 중·소상공인으로 구성돼 있어, 이번 사태가 길어질 경우 이들 사업자의 판로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자사몰이나 다른 플랫폼을 운영하는 판매자들도 있지만, 실제 매출 대부분이 쿠팡에 집중된 구조적 현실 때문에 피해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전자기기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한 소상공인은 “주말 기준 하루 120건 가까이 들어오던 주문이 개인정보 유출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부터 40~50건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매출의 80%가 쿠팡에서 발생하는데, 갑작스러운 주문 하락으로 영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에서 주방용품을 판매하는 또 다른 판매자는 “새 주문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이미 구매한 상품을 취소하려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쿠팡 외 플랫폼을 더 확대해야겠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출 사태의 파급력은 단순 쇼핑 플랫폼에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쿠팡의 유료 구독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은 로켓배송과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 영상 서비스 쿠팡플레이까지 묶어 혜택을 제공한다. 쿠팡 측은 유출 사고가 쿠팡이츠·쿠팡플레이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설명하지만, 멤버십 해지가 늘어날 경우 모든 서비스의 이용률이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쿠팡이츠에 입점한 식당·카페들도 매출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전체 매출 통계에 뚜렷한 변화가 잡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주문량이 줄었다거나 향후 타격이 우려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악재가 겹쳤다는 하소연이 많다”고 전했다.


소상공인 단체들도 피해 사례를 수집하며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쿠팡이 소상공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피해가 본격화될 경우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 접수되는 현장 의견을 토대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국내 온라인 유통 구조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안 문제는 플랫폼에서 발생했지만, 소비자 이탈로 인한 충격은 소상공인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의 보안 책임 강화와 동시에 소상공인의 판로 다변화를 위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