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제대로 찾아가지 못한 퇴직연금이 1천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직장인이 본인의 적립 사실조차 모르거나, 지급 절차를 숙지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며 발생한 문제다. 금융당국은 올해 연말까지 방치된 퇴직연금을 본인에게 돌려주는 대대적 정비에 들어간다.

■ 7만 명 넘게 못 찾은 연금… 1인당 평균 170만 원 수준

금융당국 집계에 따르면 최근 기준으로 수령되지 않은 퇴직연금은 총 1,300억 원 이상이다.
퇴직자 수는 약 7만 5천 명으로 추산되며, 평균 약 170만 원의 퇴직연금을 받지 못한 상태다.

가장 많은 부분은 은행권 예치금으로, 전체 미지급액의 90% 이상이 은행에 남아 있다. 보험사와 증권사도 소규모지만 미수령 금액을 보유 중이다.

■ 왜 이런 일이 생길까… “회사가 문 닫고, 가입 사실도 몰랐다”

퇴직연금이 ‘깜깜이 자산’이 되는 대표적 사례는 다음과 같다.

기업이 폐업하거나 도산해 퇴직자가 연금 가입 사실을 모르는 경우

연금 지급을 회사가 안내해야 한다고 오해해 개인이 직접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넘어간 경우

금융회사 변경, 주소 변경 등으로 우편 안내가 전달되지 않은 경우

퇴직연금은 회사가 금융사에 사전 적립한 뒤, 퇴직자가 직접 해당 금융사에 청구해야 지급되는 구조다. 즉, 기업이 지급을 지시하지 않아도 개인 신청만으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를 모르는 경우가 꾸준히 발생했다.

■ 금융당국 “연말까지 전수 확인”… 모바일 알림까지 동원

금융감독원은 올해 말까지 **‘미청구 퇴직연금 찾기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한다.

● ① 등기 우편 안내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최신 주소 정보를 바탕으로 금융사가 개별 안내문을 발송한다.

● ② 모바일 알림 도입

올해 처음으로 카카오 알림톡 등 모바일 고지 서비스가 활용된다. 기존 우편 안내보다 전달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 ③ 비대면 신청 시스템 확장

내년부터는 영업점 방문 없이 온라인·앱에서 바로 청구할 수 있는 비대면 시스템도 도입된다.
필요 서류를 모바일로 업로드해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금감원은 “근로자가 자신의 퇴직연금을 빠짐없이 찾아갈 수 있도록 금융사와 제도를 지속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나도 받을 돈이 있을까?” 이렇게 확인하면 된다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내 퇴직연금이 남아 있을까?”이다. 다음 절차를 따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 내보험다나우리, 통합연금포털 접속

· 본인 인증 후 ‘퇴직연금’ 메뉴 확인

· 미지급·이관 대기 중인 내역 조회

· 해당 금융사로 온라인·전화 신청

특히 과거 단기 근무 이력이나 폐업기업 근무 경력이 있다면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 취재 메모

퇴직연금은 개인이 “알아야 찾을 수 있는 돈”이다. 제도 시행 이후 관리 방식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수만 명이 자신의 퇴직연금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방치하고 있다.
이번 정부·금융권의 정비가 퇴직자의 실질적 권익 보호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