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자 음악 차트의 풍경이 확연히 달라졌다. 겨울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캐럴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차트 상단을 점령하며, 계절 음악의 압도적인 힘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여전히 머라이어 캐리가 있다. 1990년대 중반에 발표된 크리스마스 송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글로벌 차트의 정점에 오르며, ‘계절 히트곡’이라는 개념 자체를 새로 정의하고 있다. 특정 시즌에만 소비되지만, 그 반복성이 오히려 누적 기록과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이른바 업계가 말하는 ‘캐럴 연금’의 전형적인 사례다.
올해 국내 음악 시장의 분위기도 예년과 다르다. 지난해에는 사회적 긴장과 이슈로 인해 연말 특유의 축제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위축됐지만, 올해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겨울 감성을 담은 곡들이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리며 소비 심리가 회복된 모습이다. 캐럴은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니라,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는 일종의 감정 지표로 작동하고 있다.
국내 차트에서는 해외 캐럴과 함께 K팝 겨울 스테디셀러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몇 년 전 발매된 곡들이 다시 상위권으로 올라서며 ‘연말이 되면 자동으로 재생되는 플레이리스트’로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신곡보다 익숙한 곡들이 더 강한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연말에는 새로움보다 안정감과 추억이 소비를 이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음악 시장의 양극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미 검증된 캐럴은 매년 반복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반면, 신규 캐럴 제작은 눈에 띄게 줄었다. 제작 비용 대비 흥행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신 인공지능, 배우·아이돌 협업 등 ‘콘텐츠형 캐럴’이 틈새 전략으로 등장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음악 단독 소비에서 영상·스토리 결합 소비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12월은 여전히 글로벌 팝 캐럴의 독무대지만, 국내 시장은 점차 고유의 겨울 정서를 가진 곡들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캐럴 경쟁은 단순한 차트 싸움이 아니라, 연말 문화 주도권을 둘러싼 산업 전반의 경쟁이라는 것이다.
결국 크리스마스 시즌의 음악은 매년 반복되지만, 그 안의 의미는 조금씩 달라진다. 캐럴의 귀환은 단순한 계절 현상이 아니라, 소비 심리의 회복과 문화 산업의 정상화를 알리는 신호에 가깝다. 그리고 이 신호는 올해도 어김없이, 음악 차트 위에서 가장 먼저 포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