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한·중 두 나라를 잇따라 방문하며 숨 가쁜 외교 일정을 소화한다. 한미 통상 협상과 미중 무역 갈등이 동시에 걸려 있는 만큼, 이번 연쇄 정상회담은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의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 29일 한미 정상회담…‘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 조율 막바지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한국 경주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다. 양국은 지난 7월 큰 틀의 합의를 이룬 뒤에도 관세 및 투자 구조 세부 조율을 이어왔으며,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인 합의문 채택 가능성이 주목된다.
논의의 핵심은 한국이 추진 중인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다. 양측은 현금 투자 비율을 기존 요구치보다 낮춘 2,000억 달러 수준으로 조정하고, 나머지는 대출·보증 형태로 분할 집행하는 절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은 초기 현금 납입을 원했고, 한국은 외환시장 부담을 우려해 분납 방식을 고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합의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도 “양국이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협상 속도보다 국익 균형을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 30일 미중 회담, 6년 만의 재개…‘관세 휴전’ 복원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방문 다음 날인 30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는다. 두 정상의 만남은 2019년 이후 6년 만으로, 미중 무역전쟁 이후 최대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1기 재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며 ‘관세 전쟁’을 주도했다. 이후 양국은 일시적 관세 완화에 합의했으나,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과 미국의 소프트웨어 수출 규제 검토로 긴장이 다시 높아진 상황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농산물 수입 확대 ▲펜타닐 단속 협력 ▲첨단 기술 수출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의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부에서는 “관세 부담을 완화해 공급망 안정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공정 무역 원칙을 전제로 한 새로운 합의”를 강조해왔다.
■ 외교 무대는 ‘경주’…APEC 직전, 미국 중심 무역 구도 부각
이번 한미·미중 연쇄 회담은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해 진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이후 미국으로 귀국해 APEC 본행사에는 불참하지만, 그의 방문 자체가 APEC 의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1박 2일 방한 일정이 확정되면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투자 협정의 윤곽이 드러난 뒤 미중 회담으로 연결되는 흐름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 외교가에서는 “트럼프식 외교의 재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전망 – ‘통상 복원’이냐, ‘신냉전 재점화’냐
한미 간 관세 협상과 미중 간 무역 대화가 연이어 열리는 이번 주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 전략 방향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한미 협상에서 현실적 타협이 이뤄지고, 미중 간에도 최소한의 관세 완화가 도출된다면 글로벌 무역 환경은 단기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반대로 양국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신냉전형 공급망 분리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