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메르세데스-벤츠 EQA 250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차량은 국내 배터리 제조사 SK온이 공급한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로, 충전 중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번지며 주차장 전체가 아수라장이 됐다.
▲“폭발음 들리더니 불길이 천장 따라 확산”…57명 투입 진화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화재는 이날 오전 8시 4분경 발생했다.
CCTV 영상에는 차량 하부에서 불꽃이 일어나 천장 배관을 따라 화염이 퍼지고, 스프링클러가 작동했지만 불길을 완전히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소방당국은 장비 19대와 인원 57명을 투입해 대응했다.
질식소화포를 차량 위에 덮어 산소 유입을 차단하고 인근 차량으로의 연소 확산을 막았으며, 오전 8시 43분쯤 큰 불길을 잡고 오전 10시 16분 완전히 진화했다.
소방 관계자는 “배터리 내부 화학 반응으로 2차 발화 가능성이 높아 차량을 대형 수조에 담아 냉각 중”이라며 “24시간 이상 냉각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화재로 EQA 전기차 1대와 인근 차량 2대가 전소, 주차장 천장 구조물과 배관 일부가 파손됐다. 관리사무소 직원 1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청라 EQE 화재’와 유사…다만 원인·배터리 달라
이번 사고는 지난해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EQE 350 화재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차량은 중국 파라시스(Farasis) 배터리를 장착한 모델이었으며, 충전 직후 주차 중 화재가 발생해 차량 87대 전소, 주민 23명 병원 이송 등 대규모 피해를 냈다.
다만 이번 수원 화재는 충전 중 발생했으며, 국내 제조사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두 사고 모두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났고, 진화에 장시간이 걸렸다는 공통점 때문에 아파트 내 전기차 충전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벤츠, 전동화 신뢰 타격 불가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해 청라 화재 이후 전기차 판매가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또 한 번 악재를 맞게 됐다.
특히 EQE 화재 당시 배터리 공급사 미공개 문제로 차주들과의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이번 수원 사고는 브랜드 신뢰도와 전동화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SK온 배터리가 적용된 모델에서 화재가 발생한 만큼, 제조사 간 기술·품질 책임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며 “지하주차장 충전 인프라의 안전관리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소방당국 “배터리 열폭주 원인 정밀 감식 예정”
소방당국은 사고 차량을 수조에 담아 냉각 중이며, 배터리 폭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정밀 감식에 착수할 계획이다.
다만 지난해 EQE 화재의 경우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고열로 손상돼 발화 지점을 확인하지 못했던 만큼, 이번 조사에서도 정확한 원인 규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화재, 아파트 충전소 안전 대책 시급
청라 화재 이후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하주차장 내 충전소 설치 제한 또는 전면 금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수원 화재가 다시 발생하면서, 정부와 업계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화재 감지·차단 시스템 강화와 함께 배터리 정보 공개 의무화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