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행한 대규모 수입 관세 인상이 결국 미국 내 물가 상승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미국 물가가 수입품을 중심으로 오르기 시작했다”며 “관세 부담이 기업 재고 소진 이후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가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를 인용해 분석한 결과, 올해 8월까지 최근 6개월 동안 △오디오 기기 가격은 14%, △의류는 8%, △공구·하드웨어·부품은 5% 각각 상승했다.
관세 인상 직후에도 재고로 버티던 기업들이 이제는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입재 비중 높은 품목부터 가격 상승 도미노

미국 소비재 중 수입품 비중은 10% 이상을 차지한다. FT는 “미국 소매업체들이 티셔츠나 신발 등 ‘소프트 라인’ 제품 29종 중 11종, 자전거·식기세척기 같은 ‘하드 라인’ 제품 18종 중 12종의 가격을 올렸다”고 전했다.
스포츠용품 16종 중 5종도 인상됐다.

세계 최대 가구 제조사 애슐리 퍼니처는 전체 제품의 절반 이상 가격을 3.5~12% 인상했다.
가구업계 전문지 ‘홈 뉴스 나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소파·의자 등 천이나 가죽을 씌운 가구(upholstered furniture)에 대한 25% 관세가 10월 14일부터 발효되면서 추가 인상 압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동차 부품 소매업체 오토존(AutoZone)도 “관세 인상의 체감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또 브라질에 부과된 50%의 커피 수입관세로 인해 커피 원두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강철 관세 인상으로 통조림 제품 가격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관세 부담, 이제 소비자가 떠안는 단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달 “지금까지는 수입업자와 소매상이 관세 인상분을 감당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이 그 부담을 견디기 어려워지며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미국 제조업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생활 필수품·가전·커피 등 실질 소비재의 체감 물가를 끌어올리는 부메랑 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물가 상승, 연준의 정책 판단에도 변수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9% 상승으로 아직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향후 몇 달 내에 관세발(發) 인플레이션이 CPI에 본격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가격 인상 발표가 잇따르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관세’의 역설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 억제를 통해 미국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 했지만,
결국 관세 인상이 미국 내 생산·유통비용 상승 → 소비자 부담 증가 → 소비 둔화라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월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은 이미 공급망을 다변화해 대응 중이지만,
가격 전가 흐름은 되돌리기 어렵다”며 “하반기 미국 CPI가 다시 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