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이 약 1,900TEU급과 3,000TEU급 소형 컨테이너선 10여 척을 중국 조선소에 발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저렴한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을 앞세운 중국 조선소의 가격 경쟁력에 국내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HMM은 그동안 대형 컨테이너선 위주의 원양항로 운영에 집중해 왔으나, 최근 들어 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 틈새 노선 확대를 위해 소형 선박 도입을 추진해왔다. 이번에 발주되는 선박들은 오는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돼 해당 항로에 투입될 예정이다.
국내 조선소들도 입찰에 참여했지만, 선가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조선소의 중소형 선박 건조 단가는 국내 대비 약 20%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건비, 부지, 원자재 가격에서 모두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HMM 관계자는 “선박 가격과 투입 시기, 신조·중고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 검토 중이며 아직 최종 확정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책 변수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4,000TEU 이하 소형 선박은 규제 예외로 분류돼 있어 미국 내 피더(Feeder) 노선에서도 운항이 가능하다. 이 점 역시 HMM의 중국 발주 결정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국내 중소 조선업계의 구조적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심상목 부경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대형 조선 3사를 제외한 국내 중소형 조선업은 현재 극도로 위축돼 있다”며 “소형 선박은 조선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영역인 만큼 정부 지원과 업계 차원의 자구책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HMM의 발주가 실제로 중국에서 확정될 경우, 국내 중소형 조선업체들의 수주 공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업계는 가격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금융 지원, 표준화 선형 개발 등 종합적인 대책 없이는 소형 선박 시장이 해외에 잠식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