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력 수급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차세대 산업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가 급속도로 확장되면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신규 원전 건설은 계획 대비 2년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의존만으로는 산업 경쟁력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력 수요, 2038년까지 40% 이상 증가

정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약 106GW 수준인 국내 전력 수요는

2030년 118GW,

2038년에는 146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들어서는 AI 데이터센터만 해도 최근 1년 새 200건 가까이 전기 사용 신청이 접수됐다. 총 20GW 규모로, 이는 원전 20기 가동분에 해당하는 전력량이다. 첨단 산업의 성장은 곧 ‘전기 먹는 하마’로 이어지고 있다.

▲값싼 원전 vs 비싼 재생에너지

정부는 원전 건설 지연에 따른 공백을 재생에너지로 메우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제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원전 발전 단가: kWh당 79원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평균 123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추산한 균등화 발전비용(LCOE)에서도 격차는 뚜렷하다.

원전: 53달러/MWh

석탄: 76달러

가스: 87달러

태양광: 97달러

해상풍력: 161달러

즉, 원전을 제외한 재생에너지는 대부분 단가가 높아 산업용 전기요금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최근 5년간 이미 산업용 전기요금이 80% 가까이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기업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재생에너지의 구조적 한계

비용 문제를 넘어 재생에너지는 계통 안정성에도 취약하다.

태양광·풍력은 날씨 의존도가 높아 주파수 안정화(59.7~60.3Hz)를 맞추기 어렵다.

송전망과 저장장치(ESS) 투자비가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 필요한 11개의 송전 라인 중 상당수가 아직 대책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설비는 늘어나도 실제 가동은 어려운’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문가 경고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는 “AI와 반도체 산업은 24시간 안정적 전력이 필수인데,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 이를 충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값비싼 전력 구조가 고착되면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에너지 전문가 역시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해저 송전망 계획이 추진 중이지만, 육상 수송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전력 대란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론

산업 전력 수요는 눈앞에서 불어나는데, 원전은 늦어지고 재생에너지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가 ‘깨끗한 에너지 확대’라는 명분에만 머문다면, 가까운 미래에 한국 경제는 전력 비용과 공급 불안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