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관계를 더 이상 ‘민족 내부의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평화통일을 포기하는 정책 노선을 공식화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 정상과의 회담에서 이러한 입장을 직접 설명하며 국제적 이해와 지지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 베이징·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밝힌 입장

교도통신은 13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지난 4일 베이징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평화통일 포기 배경을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남북관계는 적대적 두 국가”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중국 측의 이해를 구했다는 것이다.

앞서 3일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도 같은 메시지를 전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공감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 몽골·국제무대에서도 동일한 메시지

지난 8월에는 태형철 북한 사회과학원장이 몽골을 방문해 현지 인사들에게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북한 학술기관 수장이 몽골에 파견된 것은 약 8년 만으로, 이 역시 ‘통일 포기’ 기조를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외교 행보로 풀이된다.

교도통신은 또 북한이 이달 하순 예정된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는 핵 보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동시에, 한반도 정세에 대한 자국 입장을 적극 설명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 중국 발표문엔 빠진 ‘통일 포기’

다만 북·중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중국 측 보도자료에는 통일 포기와 관련한 언급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보다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 의미와 파장

북한의 이번 행보는 통일을 장기 목표로 내세우던 기존 기조에서 완전히 벗어나, ‘적대적 공존’ 프레임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향후 남북 대화와 협력의 명분을 크게 약화시키고, 군사적 긴장을 장기화할 위험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통일 대신 체제 안전과 핵 보유의 정당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를 외교적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