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의 임박하지만 ‘신중 모드’ 지속

워싱턴DC에서 진행 중인 한미 관세협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완전한 타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양측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두고 세부 항목—현금 비중, 분할 납입 구조, 수익배분 비율—을 둘러싼 막판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 부담을 고려해 ‘현금 비중 축소’와 ‘분납 구조’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측도 이 원칙에는 공감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 투자 시기와 수익배분 방안에서 미묘한 입장 차가 남아 있다.

■ “완급조절” 택한 대통령…“미국에 끌려가지 않겠다”

이재명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한미 간 통상협상이 정상회담 이전 완전히 마무리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합리적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협상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한국이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며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국익을 우선하는 기조를 반영한다는 평가다.

■ 3,500억 달러 투자안, ‘현금 2,000억 달러’로 축소 검토

외교·재정 당국에 따르면 협상 테이블에서는 3,500억 달러 중 최대 2,000억 달러만 현금으로 집행하고, 나머지는 대출·보증 등 금융성 지원으로 충당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한국은 매년 250억 달러씩 8년에 걸쳐 투자금을 분납하게 되며, 이는 외환시장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투자 구조에 따라 통화스왑 체결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며 “아예 필요하지 않거나, 소규모로만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관세·원자력·방위비…협상의 다층 구조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관세 외에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한국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이 수용했다”며 “협상이 곧 본격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한국은 26기의 상업용 원전을 운영 중이나, 핵연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핵연료 자급’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한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증액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가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 전망 – ‘부분합의’ 가능성 높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완전 타결 대신, ‘포괄적 합의’ 수준의 문안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즉,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미국은 한국산 제품의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한다”는 방향의 협의가 사실상 잠정 합의된 셈이다.
다만 투자 집행 시기와 세부 항목에 대한 추가 협상이 남아 있어, 한미 양국이 ‘국익을 중심으로 한 절충점’을 찾는 데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