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대표 광산기업이 한국에 5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세계 희토류 공급망 재편 경쟁 속에서 한국이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풍력발전·휴머노이드 로봇 등 첨단 산업의 필수 소재인 네오디뮴 합금 생산 확대가 핵심이다.

■ ASM, 충북 오창공장 2단계 증설…생산량 두 배로

호주 광산기업 ASM(Australian Strategic Materials)은 최근 총 5500만 호주달러(약 509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조달된 자금은 충북 오창에 위치한 KSM(ASM 한국법인)의 2단계 증설에 투입될 예정이다.
KSM은 2022년 가동을 시작해 네오디뮴을 합금 형태로 가공, 국내외 영구자석 제조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이번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1800톤에서 3600톤으로 두 배 확대된다. ASM은 3단계 추가 확장까지 검토 중이며, 장기적으로는 연 5600톤 생산 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 미국-호주-한국 ‘희토류 삼각축’ 구축

이번 투자는 단순한 공장 확장이 아닌, 글로벌 공급망 전략 변화의 신호탄이다.
현재 전 세계 희토류의 70% 이상을 중국이 생산하고 있으며, 특히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경우 한국 수입의 87%가 중국산이다. 이러한 의존 구조 속에서, 호주산 희토류의 한국 내 가공·생산은 공급망 다변화의 실질적인 해법으로 평가된다.
ASM은 미국 정부와 협력해 희토류 생산 및 정제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며, 이번 한국 투자는 ‘중국 의존 탈피’의 실질적 거점화 프로젝트로 연결된다.

■ 네오디뮴, 전기차·로봇 시대의 핵심 소재

네오디뮴 합금은 전기차 구동모터, 풍력터빈, 로봇 서보모터 등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고성능 자석의 원료다. 기존 자석보다 10배가량 강한 자기력을 가지고 있어, 전력 효율과 내구성 향상에 기여한다.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에는 평균 2~4kg의 네오디뮴 자석이 들어간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도 “영구자석 수급 문제로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한국의 역할, ‘희토류 가공 허브’로 전환

한국은 희토류 원광 확보에는 한계가 있지만, 가공·합금화 기술과 정밀 소재 산업 인프라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호주산 광물을 한국에서 정제·합금화한 뒤, 일본과 유럽의 모터 제조사에 공급하는 ‘글로벌 중간 가공기지’ 역할이 기대된다.
국내 산업계는 “이번 투자가 현실화되면 한국은 희토류 가치사슬에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실질적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고 평가한다.

■ 남은 과제: 기술자립과 세제지원

다만 전문가들은 기술 내재화와 정책적 뒷받침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무역협회 박가현 연구위원은 “주요 생산국들이 희토류를 전략 무기로 활용하는 상황에서, 단순 수입 다변화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대체 자석 기술 개발 및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