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자산과 소득이 모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한 집당 자산 5억6000만원대, 연소득 7400만원대’가 현재 한국 가계의 평균 모습이다.
그러나 세부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상위 20% 고소득층의 자산은 크게 불어난 반면, 하위 20% 가구는 오히려 자산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소득·자산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평균 자산 5억6678만원…부동산이 끌어올린 증가세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6678만원으로 1년 전보다 4.9% 증가했다.
· 금융자산(비중 24.2%) : 1억3690만원(전년 대비 +2.3%)
· 실물자산(비중 71.1%, 대부분이 부동산) : 4억2988만원(전년 대비 +5.8%)
특히 실물자산, 그 중에서도 부동산 가치 상승이 전체 자산 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2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구 평균 자산이 감소한 해는 2023년이 유일했는데, 그 뒤 2년 만에 다시 뚜렷한 회복 흐름을 보인 셈이다.
■ 상위 20% 자산 13억3651만원 vs 하위 20% 1억5913만원
문제는 ‘누가’ 얼마나 늘었느냐다.
소득 5분위(상위 20%)와 4분위(상위 21~40%)의 평균 자산은 각각 8.0%, 4.0% 증가했다.
반면 가장 아래 계층인 1분위(하위 20%)는 평균 자산이 6.1% 감소했다.
· 상위 20% 평균 자산 : 13억3651만원
· 하위 20% 평균 자산 : 1억5913만원
두 계층의 격차는 약 8.4배에 달한다. 고소득층의 자산은 빠르게 불어나는 동안, 하위 계층은 ‘뒤로 밀리는’ 모습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 가구당 평균 빚 9534만원…“줄었다가 다시 늘었다”
부채도 함께 늘었다.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당 평균 부채는 9534만원으로, 전년보다 4.4% 증가했다.
가계부채는 2012년 조사 도입 이후 처음으로 2024년에 한 차례 감소했지만, 1년 만에 다시 증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 금융부채 : 6637만원 → 6795만원(전년 대비 +2.4%)
· 임대보증금 : 2491만원 → 2739만원(전년 대비 +10%)
집값·전월세 가격과 연동된 보증금 부담이 여전히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리 인하에도 ‘빚 스트레스’ 여전…다만 체감 부담은 소폭 완화
한편, 2024년 10월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이자 부담은 다소 누그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 가운데 “원리금 상환이 부담된다”고 답한 비율은 64.3%로, 1년 전보다 0.8%포인트 감소했다.
자산 증가율(4.9%)이 부채 증가율(4.4%)을 근소하게 앞서면서, 가구당 평균 순자산(자산–부채)은 4억7144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4억4894만원에서 5.0% 늘어난 수치다.
■ 가구 평균 소득 7427만원…하지만 1분위는 여전히 1500만원대
2024년 기준 가구당 평균 소득은 7427만원이다.
2023년(7185만원)에 비해 3.4% 증가했다.
소득수준별로 보면
· 상위 20%(5분위) : 1억7338만원(전년 대비 +4.4%)
· 하위 20%(1분위) : 1552만원(전년 대비 +3.1%)
1분위의 소득도 늘긴 했지만, 상위 20%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평균 소득 7400만원’이라는 숫자 뒤에, 실제로는 상당 부분의 가구가 이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현실이 깔려 있는 셈이다.
■ 지니계수 0.325·상대적 빈곤율 15.3%…분배지표 ‘후퇴’
소득 분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일제히 악화했다.
· 지니계수(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 0.325
→ 전년 대비 0.002포인트 상승(불평등 심화)
· 소득 5분위 배율(5분위 소득 ÷ 1분위 소득) : 5.78배
→ 1년 전보다 0.06배포인트 확대
·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미만인 인구 비율) : 15.3%
→ 전년 대비 0.4%포인트 상승
통계상으로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소득·자산이 동시에 늘었음에도 ‘나눠 가지는 정도’는 오히려 나빠졌다는 사실이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1분위(하위 계층)의 소득 증가율이 5분위(상위 계층)보다 낮아, 소득격차가 더 벌어졌다”며 “그 결과 지니계수와 상대적 빈곤율 등 분배지표가 전반적으로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평균의 함정’…“5억 자산·연소득 7400만원이 한국인의 일상은 아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통계상으로는 ‘가구당 자산 5억6678만원, 부채 9534만원, 순자산 4억7144만원, 연소득 7427만원’이 한국 가계의 평균치다.
하지만 소득·자산 상위층이 수치를 끌어올린 영향이 크기 때문에, 많은 가구에겐 이 숫자가 현실과 동떨어진 ‘평균의 착시’로 작용할 수 있다.
상위 20%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이 함께 불어나며 자산·소득 모두 여유가 커지는 반면, 하위 20%는 자산이 감소하고 소득도 여전히 1500만원대에 머무르면서 위기와 불안이 구조화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