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예상과 다른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
과거 대형 면적대가 가격을 주도하던 공식이 흔들리면서, 최근에는 전용 85~102㎡의 중형 아파트가 중대형보다 더 높은 매매가를 형성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다.
■ 중형 평균가가 중대형보다 약 2억 원 높아
부동산 시장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중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약 22억 원대, 중대형은 20억 원 안팎으로 나타났다.
두 면적대의 가격 차이는 약 2억 원, 이는 단순한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최근 몇 년간 지속된 흐름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중형 가격 우위가 더욱 굳어지며, 중대형과의 격차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 왜 ‘더 넓은 집’이 아닌 중형으로 쏠릴까
전문가들은 가구 형태의 변화와 실사용 공간 개선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 1~3인 가구 증가
● 결혼 후에도 소가족 유지
● 높은 매매가 부담으로 중대형 기피
● 신축 아파트의 공간 효율 설계 확대
최근에는 발코니 확장, 수납 강화, 팬트리·드레스룸 확보가 일반화되면서 같은 평수여도 활용도가 크게 개선됐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중형이면 생활에 충분하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됐다.
한 부동산 연구원은 “실사용 면적 기준으로 보면 중형과 중대형의 체감 차이가 크게 줄었다”며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중형에 수요가 집중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 강북·강남의 흐름은 서로 다르다
전 지역에서 중형이 우세한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도 강북과 강남의 가격 구조가 완전히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 강북
· 중대형이 여전히 중형보다 비싸다
· 대형 평수 수요가 일정 부분 존재
· 투자 수요보다 실거주 중심 비중이 높음
● 강남
· 중형 가격이 중대형을 확실히 앞선다
· 평균 26억 원대의 중형이 24억 원대 중대형보다 높은 수준
· 고가 지역으로 갈수록 대출 부담이 커져, 비교적 “합리적인 중형” 선택이 강화됨
강남권은 매매가 자체가 높아 중대형 가격이 한 번에 올라가기 어렵고, 실수요 중심의 중형이 빠르게 가격을 끌어올리는 현상이 고착화됐다.
■ 135㎡ 이상 대형은 ‘완전히 다른 시장’
전용 135㎡를 넘는 대형 아파트는 평균 35억~36억 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가격대 자체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중형·중대형의 가격 역전 현상과는 다른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이 구간은 주로 고액 자산가의 수요가 좌우하며, 일반적인 수요 이동과는 무관하게 움직인다.
■ 시장이 보여주는 변화의 의미
중형 아파트의 우세는 단순한 가격 변동이 아니라, 서울 주거 수요의 중심이 어떤 면적으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 실거주자의 선택 기준 변화
· 가구 구조 변화 반영
· 대출 규제 및 금리 부담
· 신축 설계 트렌드 변화
이 모든 요소가 중형 선호를 강화시키며, 향후에도 이 흐름이 단기간에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