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모가 자녀 명의 펀드에 돈을 넣으면 국가가 일정 부분을 보태주는 ‘아이자립펀드’ 도입을 놓고 첫 단추를 끼우기 시작했다. 당초 정부 예산안 작성 당시에는 빠졌던 사업이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국회 심사 과정에서 타당성 조사 예산이 새로 반영됐다.

■ 내년 예산안에 ‘타당성 연구용역’ 10억 반영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내년도 금융위원회 예산안에 ‘아이자립펀드 타당성 연구용역’ 항목을 추가했다. 사업을 곧바로 시행하기보다는, 먼저 구조와 재정 소요, 기존 제도와의 중복 여부 등을 따져보자는 취지에서 연구비 10억 원 수준의 예산을 증액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 정부안에는 이 사업이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보류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여당이 당 차원에서 예산을 다시 올리면서 정책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 출생부터 만 18세까지… 최대 5천만~6천만 원 ‘시드머니’ 목표

아이자립펀드는 한마디로 ‘정부가 매칭하는 어린이 전용 적립펀드’다.
부모가 매달 자녀 명의 펀드에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국가가 여기에 보조금을 얹어주는 방식이 기본 구상이다.

· 지원 대상: 출생 이후부터 고등학교 졸업 시점인 만 18세까지

· 목표 금액: 아이 한 명당 약 5,000만~6,000만 원 수준의 목돈 형성

향후 구체적인 규칙은 연구용역과 법·제도 설계를 거쳐야 확정되겠지만, 정부·여당 내부에서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최소한의 자산을 마련해 주는 국가 차원의 자립 마중물”이라는 방향성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 “보편 복지 vs 재정 부담” 논쟁 불가피

다만 아이자립펀드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대부분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복지’ 성격이 강해, 막대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출생아 수가 줄고 있다고는 하지만, 출생부터 18세까지 장기간 매칭 지원을 약속할 경우

연간 예산 규모,

세대별 형평성,

기존 아동지원제도와의 역할 분담
을 둘러싼 정치·재정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정부가 작성한 최초 예산안에서는 사업이 빠졌고, 이후 국회 심사 과정에서 여당이 “공약 이행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 확보가 필요하다”며 연구용역 예산만 우선 반영하는 절충안을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 디딤씨앗통장 등 기존 제도와의 ‘중복·정리’ 과제

금융당국은 연구용역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기존 아동 자산지원 제도와의 관계를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제도가 보건복지부가 운영 중인 ‘아동발달지원계좌(디딤씨앗통장)’다.

· 대상: 보호대상 아동, 저소득층 아동 등

· 구조: 아동이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지자체가 1:2 비율(월 10만 원 한도)로 매칭 지원

아이자립펀드는 저소득층에 집중된 기존 사업보다 범위가 넓고 보편적인 구조를 지향하고 있어,

디딤씨앗통장을 하위 안전망으로 두고 아이자립펀드를 상위 제도로 설계할지,

혹은 일부를 통합·정비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 야당 반대 변수… “연구비부터 막겠다” 가능성도

아직 예산 심사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최종 확정 과정에서 야당이 재정 부담과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연구비 자체를 삭감하거나 축소하려 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연구용역 예산이 통과되지 못하면 아이자립펀드 논의는 다시 한동안 멈춰 설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번에 조사 예산이 살아남는다면, 내년부터

· 제도 설계,

· 재정 영향 분석,

· 금융상품 구조 설계,

· 부처 간 역할 분담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며, 아이자립펀드가 차기 복지·금융정책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로 부상할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