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을 생전 연금처럼 나누어 받는 이른바 ‘종신보험 유동화 서비스’가 출시 일주일 만에 빠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생명보험사(삼성·한화·교보·신한·KB) 집계에 따르면, 서비스 도입 후 5영업일 동안 약 478건의 신청이 접수되며, 하루 평균 100명 가까운 가입자가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 생전 활용 가능한 ‘사망보험금’

이 서비스는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최대 90%까지 미리 연금 형태로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금 1억 원의 계약자가 70%를 유동화하면, 약 20년간 매월 일정액을 수령하고 사망 후에는 잔여 보험금 일부(약 3천만 원)를 가족이 받는 구조다.
금융당국 주도로 생명보험사들이 공동 참여해 설계한 이번 서비스는 ‘유산보다 생활’을 중시하는 금융 트렌드에 맞춰 도입됐다.

■ “가족보다 나”…확산되는 ‘미코노미’ 현상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미코노미(me+economy)’, 즉 자신을 중심에 둔 경제활동 패턴의 확산을 꼽는다.
과거에는 사망보험금이 가족의 생활비 보장을 위한 수단이었지만, 최근에는 본인의 노후 자금이나 생활비 확보 수단으로 보는 인식이 강해졌다.
높아진 물가도 한몫했다. 국민연금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층이 생각하는 적정 노후생활비는 부부 기준 월 297만 원으로, 2년 전보다 20만 원 늘었다. 이에 따라 “살아 있을 때 활용하자”는 실질적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주택연금도 2조6천억 돌파…‘현금흐름형 노후’ 대세

보험뿐 아니라 자산을 활용한 노후 대비 수단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24년 주택연금 수령액은 2조6,406억 원으로, 4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고령층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최근 3년간 신규 가입자는 이전 대비 4천 명 이상 증가했다.
이는 “집은 남기고 돈은 쓰는 시대”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 전문가 “유동화는 선택지 중 하나일 뿐…비교 필수”

재무전문가들은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노후 자금의 한 축으로 보되, 세후 수익률·보장 축소 위험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동화 비율이 높을수록 월 지급액은 늘지만, 사망 후 남는 보험금은 줄어든다.
또한 예정이율과 실제 수익률 간의 차이, 사업비 및 수수료 구조도 충분히 비교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는 “주택연금·즉시연금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인 상황에 맞는 조합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결론: ‘상속 중심’에서 ‘현금흐름 중심’으로

과거 사망보험이 사후의 보장을 위한 금융상품이었다면, 이제는 ‘현재의 생활 안정’을 위한 현금흐름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미코노미 세대의 등장과 고령화가 맞물리며, “내가 번 돈은 내 생전에 쓰겠다”는 인식이 금융시장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