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정년 연장 논의가 정치권과 산업계를 흔들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며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주요 국정 과제로 공식화하면서, 이 사안은 단순한 고용정책을 넘어 세대 간 경제구조 재편의 촉매로 부상했다.

■ 정치권의 가속페달…“65세 정년, 올해 안에 입법 목표”

민주당은 지난 4월부터 정년연장 관련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새 정부 출범 직후 국정기획위원회 보고서에서 이를 123개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명시했다. 목표는 명확하다 — 올해 안에 법제화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높은 초반기에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 재계의 딜레마…“숙련 인력은 필요하지만, 비용은 부담”

기업들도 고령화 사회에서 숙련 인력을 잃는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 생산성과 기술력 유지를 위해 일정 수준의 정년 연장은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문제는 ‘비용 구조’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비용을 조정했던 2017년과 달리, 이번에는 여당이 ‘임금 삭감 없는 정년연장’을 내세우고 있다. 결국 기업이 임금 부담을 떠안게 되며, 신규채용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 청년 고용과 세대 갈등, 이미 예견된 후폭풍

정년이 늘어나면 당연히 청년층의 일자리 진입이 늦어진다. 하지만 이번 논의에서 재계는 대응전략을 ‘청년 여론전’에만 집중하는 듯하다.
“우린 청년만 본다”는 한 재계 인사의 말처럼, 청년층 지지를 얻어 정치권을 압박하려는 단선적인 접근이 전부다. 그러나 청년만을 내세운 방어 논리는 장기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 세대 간 갈등만 부각시키고 구조적 문제는 풀지 못하기 때문이다.

■ AI와 자동화의 시대, ‘일자리의 질’로 접근해야

기업 현장은 이미 AI 기반 효율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단순히 정년을 늘리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로 관점을 옮겨야 한다.
기존 일자리의 파이를 나누는 대신, 기술 혁신과 규제 완화를 통해 새로운 산업 기반을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년연장은 그 변화 속에서 ‘포용적 전환’을 위한 수단으로 다뤄져야 한다.

■ 결론 – 재계의 ‘협상 카드’, 청년 아닌 ‘미래산업’

이제 재계가 꺼내야 할 카드는 청년이 아니라 ‘미래산업 투자’다.
AI, 로봇, 친환경 산업 등 신성장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년연장의 사회적 부담을 분산시켜야 한다. 단순한 여론전으로는 정책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
정년 논의의 본질은 ‘누가 오래 일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함께 지속할 것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