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가 대형주 주도 강세를 보이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도 변화가 뚜렷하다. 분산투자를 표방하던 상품들 사이에서 상위 종목만 압축해 담는 ‘TOP3·TOP10’형 테마 ETF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대형주의 초과수익을 정면으로 추종하려는 수요가 상품 설계에 반영된 결과다.

업계에 따르면 11월 초 신규 상장된 ETF 12개 가운데 절반이 특정 테마 내 소수 대형주 비중을 크게 높인 압축 구조다. 대표적으로 ▲TIGER 코리아AI전력기기TOP3플러스 ▲RISE 글로벌게임테크TOP3 Plus ▲SOL 미국넥스트테크TOP10 액티브 ▲HANARO 증권고배당TOP3 플러스 ▲KODEX K조선TOP10 등이 꼽힌다. 공통된 설계는 ‘테마 선정 → 상위 기업 압축 편입’으로, 상승장에서의 베타(시장 수익률 민감도)와 알파(초과수익)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다.

배경에는 지수 내부의 격차 확대가 있다. 연초 이후 코스피 대형주 지수 상승률은 중형주·소형주를 크게 앞섰다. 반도체, 전장·배터리, 조선 등 대표 업종에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실적과 모멘텀을 바탕으로 지수를 견인했고, 자금 유입 역시 해당 종목군에 집중됐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흐름을 상품화해 투자자에게 보다 직관적인 ‘핵심 종목 바스켓’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압축형 ETF의 확산은 구조적 리스크도 키운다. 구성 종목 수가 적을수록 개별 이슈에 따른 변동성 노출이 커지고, 테마 사이클이 꺾일 경우 손실 폭이 확대될 수 있다. 또한 AI·반도체 등 인기 테마 간 편입 종목이 겹치면서, 서로 다른 ETF를 섞어도 실제 분산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운용 과정에서 리밸런싱 타이밍과 규칙이 성과를 좌우하는 비중이 커지는 점도 유의할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투자 전 ▲상위 10개 편입 비중(집중도) ▲섹터·지역 분산도 ▲지수 추종 vs 액티브 운용 여부 ▲리밸런싱 주기와 편입·편출 규칙 ▲보수와 추적오차 등을 확인할 것을 조언한다. 특히 동일 테마 내 여러 ETF를 동시에 보유할 때는 편입 상위 종목의 중복률을 점검해 ‘분산 착시’를 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ETF 시장은 ‘넓게 담는 분산’과 ‘세게 담는 압축’ 사이에서 선택의 시대에 들어섰다. 상승장에서는 압축형이 성과를 내기 쉽지만, 사이클 전환기에는 전통적인 광범위 분산형이 방어력을 제공한다. 투자자는 본인의 성향과 투자 기간, 변동성 감내 수준에 맞춰 상품 구조를 읽고, 테마의 지속 가능성과 리밸런싱 규칙까지 함께 따져보는 세밀함이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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