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보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과학기술 패러다임 전환을 공식화했다. 핵심은 ▲연구 실패의 제도적 용인 ▲톱티어 연구자에 대한 파격 보상 ▲연구자 중심의 행정 전환 ▲안정적 재정 프레임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투자관리 전 과정에 AI를 도입해 효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1) 메시지의 골격: “실패가 쌓여 성공이 된다”
대통령은 “성공률 90%의 R&D는 비정상”이라며, 고난도 과제에서 실패를 자산화하는 문화를 제도화하겠다고 못박았다. 연구현장의 불필요한 위축을 부르는 사후 규제는 줄이고, 악용 행위에는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는 ‘고신뢰–고책임’ 원칙을 제시했다. 요지는 연구자에게 도전의 자유를, 제도는 투명한 책임을 부여하는 체제로의 전환이다.
2) ‘국가과학자’ 신설: 5년 100명, 상징과 실익을 동시에
정부는 이공계 롤모델을 제도화한 ‘국가과학자’를 매년 20명 안팎 선발, 5년간 100명 수준으로 키운다. 선발 기준은 학문적 탁월성에 더해 사회·경제적 파급력을 함께 본다. 연구비 외에도 연구활동지원, 인증, 이동 편의 등 실질적 혜택을 제공해 정점 인재의 연구 몰입과 사회적 위상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3) 인재 파이프라인: 지역–특성화–AI로 이어지는 패스트트랙
정부는 2030년까지 해외 우수 인재 2,000명을 새로 유치한다. 동시에 지역 AI 과학·영재학교 신설, 과학영재고–과기특성화대 연계, 과학기술원(UST·GIST·DGIST 등)의 AI 전환(AX) 투자 확대로 국내 파이프라인을 두껍게 만든다. 이공계 학생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공공·민간 연구일자리와 창업 경로를 확장하고, 출연연 신진연구자 채용을 연 600명 내외로 늘려 ‘입문–성장–정착’의 사다리를 촘촘히 한다.
4) 연구환경: PBS 30년 만의 폐지, 행정은 대학이 통합관리
연구비 관리체계는 ‘기관 편의’에서 ‘연구자 자율·책임’ 중심으로 바뀐다. 오랜 논란의 프로젝트기반연구(PBS)를 30년 만에 걷어내고, 장비·행정 업무는 대학이 통합 관리해 연구자의 비연구 시간을 줄인다. 기업–대학 겸직 활성화, 정년 이후 연구활동 지원, 기업연구자육성기금 신설로 산·학 간 인력 순환을 제도화한다.
5) 과제 평가: 실패를 포함해 가치를 재정의
국가 전략기술은 범부처 프로젝트로 통합·추진하며, 평가 방식은 고난이도·고가치 도전을 장려하도록 바뀐다. 중간 실패가 초래한 지식·데이터, 기술 축적을 성과의 일부로 인정하고, 우수 평가위원에게는 성과연동 인센티브를 강화해 심사의 질과 책임을 동시에 높인다.
6) 재정 프레임: 총지출 대비 R&D 5%, AI로 투자 효율화
정부는 매년 정부 총지출 대비 5% 수준의 R&D 재정을 목표로 삼고, 과제 발굴–배분–사후평가 전 과정에 AI를 결합해 중복·비효율을 줄인다. 연구데이터의 수집–관리–공유 체계를 국가 인프라로 올리고, 지역 자율 R&D를 도입해 지역 거점대학의 연구역량을 과기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요컨대 양적 확대와 질적 효율화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7) 핵융합·전력 수요: ‘KSTAR–AI–탄소중립’의 삼각축
대통령은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KSTAR를 방문해 AI 시대 전력수요 급증·탄소중립 대응의 해법으로 핵융합 R&D의 전략성을 강조했다. 장시간 고온 플라즈마 운전의 세계 최고 기록을 보유한 KSTAR는 초거대연산–에너지안보–산업경쟁력을 잇는 연결 고리로 지목됐다.
8) 정책의 의의와 과제
의의: ‘실패 허용–톱티어 보상–자율·책임–안정재정’의 4요소를 한 묶음으로 제도화한 드문 시도다. 교육–연구–산업 간 인력 흐름을 열고, 지역 분산형 혁신을 본격 가동한다.
과제:
도덕적 해이 방지—고신뢰 체제와 강력 제재의 균형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평가 역량 강화—실패를 평가하는 전문성, 데이터 기반 심사 인프라가 관건.
지속 가능한 재정—총지출 5% 목표를 경기·세수 변동 속에서도 유지할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국제 인재 경쟁—비자·거주·가족·세제 등 체류 전(全) 주기 패키지를 빨리 정비해야 한다.
결론
이번 선언은 '연구자가 주인공인 생태계’ 로의 구조 전환을 예고한다. 실패를 자산으로 축적하고, 최정상 인재를 전면에 세우며, 재정·평가·행정을 연구 중심으로 재배치한다면 한국 과학기술은 도전의 규모와 속도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일관된 실행과 데이터로 증명되는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