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치매 환자의 자산을 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공공신탁 제도’ 도입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치매 환자가 보유한 예금, 부동산, 주식 등 개인 자산 — 이른바 ‘치매머니’ — 가 172조 원에 달하는 가운데, 신뢰 가능한 관리 체계를 국가 차원에서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7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공동으로 연 포럼에서는 치매 자산의 효율적 관리와 사회적 보호 방안을 주제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정부는 복지부·금융위원회·법무부·가정법원 등과 협의체를 꾸려, 민간 신탁을 이용하기 어려운 취약층을 위한 ‘한국형 공공신탁’ 모델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 치매머니, 2050년엔 488조 원 전망
현재 국내 치매 관련 자산은 약 172조 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2050년에는 GDP의 15% 수준인 약 488조 원으로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는 단순한 개인 자산이 아니라, 국가 경제 안정성과 복지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변수로 부상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고령층의 자산이 급격히 늘고 있지만, 인지기능 저하로 인해 자산이 사기나 착취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공신력 있는 기관이 직접 관리하고 생활비·병원비·간병비를 안정적으로 지급하는 공공신탁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공공신탁, ‘재산 집사’ 역할 기대
공공신탁은 일종의 국가 공인 자산관리 서비스다.
치매 진단 이후 신탁 계약을 맺으면, 공공기관이 대신 자산을 운용하고 매달 생활비나 의료비를 자동으로 지급한다.
예금 인출, 병원비 지출, 간병비 송금 등이 모두 기록되고 투명하게 관리되기 때문에 사적 착복이나 부정 사용을 예방할 수 있다.
정부는 광역 지자체 산하 기관을 활용하거나, 별도 법인인 공공수탁기관 설립을 검토 중이다.
또한 민간 금융기관과 연계해 치매 특화 신탁·보험 상품을 개발함으로써 시장의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 민간 시장 활성화 병행
공공신탁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기초 안전망’이라면,
민간 금융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한 치매 대응 금융상품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다.
특히 은행과 보험사는 고령자용 신탁 상품, 간병비 연금, 후견 연계 서비스 등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이러한 민간 참여가 “공공의 틀 안에서 경쟁과 혁신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 전문가 제언 – 신뢰·투명·연계가 핵심
전문가들은 공공신탁이 단순한 복지정책을 넘어, 자산관리·금융안정·돌봄정책을 잇는 통합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가족 후견인, 법원, 금융기관 간 정보 공유 체계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무엇보다 치매 환자 본인의 사전 의사결정서(Advance Instruction) 를 제도적으로 표준화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자산이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 마무리 — ‘치매머니’는 곧 국가의 자산 안정성
치매머니는 단순히 고령자의 자산이 아니다.
사회 전체의 경제적 신뢰와 복지 지속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공공신탁은 그 해법의 시작점으로,
국가가 ‘돌봄’과 ‘자산관리’를 연결하는 새로운 복지금융 시스템을 설계하는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