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과 업황 둔화가 이어지자 대기업 구조조정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 고용법상 문턱과 사회적 반발이 큰 정리해고 대신 고액 위로금을 내건 ‘희망퇴직’ 이 상시 수단으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원률은 들쭉날쭉하고, 정작 떠나선 안 될 핵심·저연차 인력 유출이 발생하는 ‘역설’도 적지 않다.
▲왜 정리해고 대신 희망퇴직인가
법적 허들: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 입증, 해고 회피 노력, 공정한 대상 선정, 최소 50일 전 통보·협의 등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사회적 비용: 대규모 해고는 장기 파업·소송으로 번지며 평판 리스크가 커진다. 과거 사례의 후폭풍이 여전히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관리 용이성: 희망퇴직은 자발적 이탈 형식이라 법적 분쟁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절차도 단순하다.
▲‘5억’ 제시해도 썰렁한 곳이 있는 이유
재취업 난기류: 업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으면 고액 위로금이 있어도 퇴사 후 버틸 확신이 서지 않는다.
직무·연차별 이해득실: 보상금이 매력적인 고연차·고연봉은 버티고, 이직 기회가 열려 있는 젊은 인력이 먼저 움직이는 인력 역전이 반복된다.
회사별 차이: 인력재편, 자회사 전환, 사업 구조조정 강도가 높을수록 지원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기업들이 쓰는 ‘조건 설계’ 체크리스트
·보상 구조: 2~3년치 임금 + 학자금/의료비 등 옵션. 상한액·세후 실수령을 명확히 고지.
·대상 구간화: 직군·연차·성과를 구간화해 핵심 인력 유출 최소화 장치 삽입.
·사후 관리: 재취업 컨설팅, 전직·창업 지원 바우처, 교육비 지원으로 연착륙 도모.
·커뮤니케이션: ‘사업재편·디지털 전환’ 등 미래 전략과 연동해 설득력 확보.
·법·노무 점검: 차별 논란 방지, 절차적 적법성, 노조·근로자대표 협의 기록화.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장
임금피크·직무전환 가속: 고비용 인력 조정과 함께 직무 재설계(AI·자동화, 데이터·소프트웨어 전환)가 병행된다.
내부 사기·조직문화 리스크: ‘떠나는 사람만 혜택’ 인식이 남은 구성원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기술 공백: 숙련자가 빠져나간 뒤 지식 전수의 단절이 발생하면 생산성과 품질이 흔들린다.
▲전문가 코멘트 요약
·노무: “정리해고 요건은 여전히 엄격하다. 당분간 희망퇴직이 주류일 것.”
·경영: “단기 인건비 감축으로 끝나면 후유증이 크다. 채용·재교육을 병행한 인력 포트폴리오 재설계가 핵심.”
·조직심리: “핵심인재 방어와 공정성 프레이밍이 관건. 보상만으로는 신뢰 회복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