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2시 2분, 울산 남구 남화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내 5호기 보일러 타워가 해체 작업 중 갑자기 무너졌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작업자 9명 중 2명이 구조됐지만, 7명은 잔해 속에 매몰된 상태다. 구조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수색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했으나, 2차 붕괴 위험으로 구조 속도는 더디다.

▲“20층 건물이 주저앉는 듯”…순식간의 붕괴

사고 당시 인근에서 낚시를 하던 주민들은 “3~4초간 쾅쾅하는 굉음이 이어진 뒤 거대한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졌다”고 증언했다. 현장은 철골이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먼지와 녹가루가 뒤섞인 폭격지대처럼 변했다. 일부 잔해는 해안도로까지 튀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해체 과정서 ‘취약화 작업’ 도중 붕괴

무너진 보일러 타워는 1981년 준공, 2021년 가동 중단 후 지난해 철거 결정이 내려진 노후 설비였다.
시공사 HJ중공업과 협력 발파 전문업체가 지난달부터 해체를 진행 중이었으며, 이날은 **발파 전 구조물 일부 기둥을 절단하는 ‘취약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소방당국은 “작업자 8명이 25m 높이에서 절단 작업을 하던 중, 철골이 휘청이며 붕괴가 시작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구조된 근로자 2명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이 매몰됐다는데…” 가족들의 절규

매몰된 인부 중에는 30세 청년 근로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을 찾은 한 노부부는 “아들이 그 안에 있다는데 어디로 가야 하느냐”며 울먹였다. 구조대는 드론·수색견·야간조명차를 투입해 잔해 속 수색을 이어가고 있으나, 구조물 일부가 불안정해 토사 대신 절단·지지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총력 구조 나선 정부…“모든 자원 투입하라”

사고 발생 한 시간 뒤인 오후 3시 13분, 행정안전부는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가용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현장에는 소방·경찰 등 200여 명의 구조대와 62대의 장비, 700t급 크레인, 굴착기, 응급헬기 등이 투입됐다.

▲또다시 반복된 산업현장 참사

이번 사고는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발생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한국동서발전에서는 최근 5년간 39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으며, 올해에만 이미 6건이 보고됐다. 그중 일부는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

노후 시설의 해체·발파 공정에서 안전계획과 실시간 계측 시스템, 작업자 교육 및 자격검증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가 향후 수사와 감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 진단: “구조물 취약화, 통제 없는 절단 위험”

건축안전 전문가들은 “취약화 절단은 발파 방향을 유도하기 위한 사전 공정으로, 설계오차나 구조 피로도를 과소평가할 경우 즉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장 안전감리의 실질적 권한 부재와 도급·하도급 체계의 관리 공백이 사고를 키운 전형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