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권이 스테이블코인(가격이 고정된 가상화폐) 시대를 대비해 IT·제조 대기업과의 협력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은행·카드·보험 등 금융지주들은 네이버·카카오·삼성전자 등 빅테크와 손잡기 위한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앞두고 ‘금융+빅테크’ 연합 가속화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결제 인프라 구축을 위해 대기업 및 IT 플랫폼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지만, 시장은 이미 급속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를 합친 국내 코인 거래대금은 60조 원을 돌파, 제도화 전임에도 사실상 실사용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금융사들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투자 상품이 아닌 결제·송금·자산운용과 연동되는 차세대 디지털 머니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준비금 운용, 리스크 관리, 자금세탁 방지(AML) 체계 등 기존 금융 인프라를 활용한 안정성 확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 빅테크와 손잡는 이유
금융권 단독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기 어렵다. 사용자 접근성과 거래 유통망을 확보하려면 플랫폼 기반의 빅테크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직접 코인을 발행하더라도 거래와 소비가 일어나는 곳은 플랫폼”이라며 “네이버, 카카오 같은 빅테크와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결제 시스템을 보유한 제조 대기업과의 연합이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네이버는 가상자산 거래소 ‘두나무’와의 주식 교환 M&A 추진으로 시장의 중심에 섰다. 이에 따라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은 네이버·두나무 연합에 전략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 삼성과 손잡는 우리금융
우리금융은 삼성전자와의 협력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삼성월렛 머니’와 포인트 운영 단독 사업자로 선정되며 디지털 자산 결제 인프라 구축의 초석을 다졌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향후 스테이블코인 결제·보관(커스터디) 서비스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금융사 내부 TF 속속 신설
하나금융은 최근 함영주 회장 직속으로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은행·증권·카드 등 전 계열사가 참여해 법제화 이후의 시장을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신한금융은 자체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자사 배달앱 ‘땡겨요’ 내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 실험을 하고 있으며, 일본·베트남 계열 은행을 활용한 원화 기반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도 검토 중이다.
KB국민은행은 ‘KBKRW’, ‘KB코인’ 등 17건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이미 출원했으며, 우리금융은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업체 비댁스(BDACS)에 5% 지분을 투자했다.
🔍 “법제화 이후, 은행의 역할이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면 기존 은행의 ‘신용·결제·자산운용’ 기능이 블록체인으로 확장될 것으로 본다.
이 과정에서 금융사는 거래 안정성·감독 준수·고객신뢰 확보를, 빅테크는 속도·접근성·글로벌 확장성을 담당하게 된다. 즉, ‘금융의 안전성’과 ‘플랫폼의 확장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금융 생태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