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유럽에서 감축되는 미군, 단순한 ‘병력 재배치’인가
최근 루마니아를 시작으로 불가리아, 헝가리 등 동유럽 주둔 미군이 단계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표면상 이는 ‘전략적 재배치’로 설명되지만, 유럽 내부에서는 이미 “나토의 억제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불안이 퍼지고 있다.
미국은 “철수가 아닌 조정”이라 해명했지만, 실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군사 자원을 이동시키려는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이는 곧 중국 견제 전략의 강화이자, 유럽 방위의 ‘탈미국화(脫美國化)’를 촉진하는 신호로 읽힌다.
■ 유럽의 자주 방위론 부상…“무임승차 끝났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최근 나토 회의에서 “유럽이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는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라, 미국이 더 이상 나토의 ‘안보 지붕’을 전적으로 제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결국 유럽은 국방비 증액과 전력 재편이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특히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은 러시아의 재무장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방위력 강화와 공동 군수 체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 러시아의 ‘전시경제’ 전환…2030년 이전 확전 가능성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큰 손실을 입었던 러시아는 지금 ‘회복’을 넘어 ‘재무장’ 단계로 돌입했다.
드론-포병 통합 전술, 전자전 강화, 그리고 병력 150만 명 확충 등으로 전시경제 체제를 완성 중이다.
과거 “2032년 이후 가능할 것”이라던 러시아의 나토 침공 시점은, 최근 정보기관 분석에서 2029년 전후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유럽 전역이 ‘불확실한 5년’으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 인도·태평양으로 향하는 미국의 시선
감축된 미군의 상당수는 유럽으로 돌아오지 않을 전망이다. CNN 등 주요 외신은 “아시아 지역 재배치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이는 미국의 전략 중심축이 이미 ‘러시아 억제’에서 ‘중국 견제’로 전환되었음을 상징한다.
즉, 워싱턴의 관점에서 유럽은 더 이상 ‘핵심 전장’이 아니다. 나토의 안보는 유럽 스스로 책임지고,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차단하는 데 자원을 집중한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 나토의 갈림길 — ‘미국 없는 유럽’의 안보 실험
미군의 발걸음이 줄어들수록 나토는 존재 이유를 재정의해야 한다. 미국이 떠난 자리를 유럽이 메우지 못한다면, 러시아의 군사적 공세는 재개될 수 있다.
반면, 이번 변화를 계기로 유럽 중심의 자주 방위 체제가 구축된다면, 나토는 새로운 형태의 ‘균형적 동맹’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관건은 유럽이 스스로를 방어할 정치적 의지와 군사적 현실성을 얼마나 증명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