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워싱턴이 오랜 기간 논의해온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핵잠) 개발 협력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핵잠 건조를 공식 승인했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한미 간 전략적 기술 협력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 한국의 핵잠 건조 승인”… 美 국방장관 첫 공식 언급
4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이 최고의 방어 역량을 갖추기를 바란다”며 한국의 핵잠 건조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진정성 있는 협의(good-faith discussions)”라고 표현하며, 양국이 실질적 기술·운용 협상을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다만 구체적인 건조 위치와 방식에 대해서는 “국무부와 에너지부 등과 조율이 필요하다”고 언급해, 양국 간 협의 과정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임을 암시했다.
■ 韓, “핵무기 개발은 없다… 연료만 미국서 공급받겠다”
한국 국방부는 이날 “대한민국은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충실히 준수하고 있다”며 핵무기 보유 의사는 전혀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비핵화 원칙은 흔들림 없는 국가 기조이지만,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잠 확보는 필수적 방어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이어진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미국이 핵연료를 공급하면, 한국은 자체 기술로 2030년대 중반 첫 핵잠을 진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국내 조선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연료 공급만 확보된다면 자체 설계·건조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셈이다.
■ 건조 방식 두고 한미 협상 지속… ‘MASGA 프로젝트’ 구조 재편될 수도
트럼프 행정부는 핵잠을 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반면, 한국은 핵연료만 미국이 제공하고 선체는 국내에서 건조하는 ‘분담형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미 간 조선기술 협력이 확대되면, 미 해군의 군수·보급선 유지보수(MRO) 사업을 한국이 대거 수주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미국 주도의 해양방위 공급망 ‘MASGA 프로젝트’(Make Alliance Ship Great Again)의 주력 생산기지 중 하나로 한국이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전문가 “한국 핵잠은 ‘게임체인저’… 동북아 안보 지형 달라질 것”
국방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단순한 무기 협력 수준을 넘어, 한미동맹의 기술·전략 동맹 심화를 의미한다고 평가한다.
특히 2030년대 중반 한국 해군이 자체 핵잠을 보유하게 되면, 북한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실시간 대응 체계가 완성된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이 독자적인 핵추진 기술력과 함정 설계 능력을 입증할 경우, 일본과 호주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방위망 내 주도권에서도 한국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결론: ‘비핵화 원칙’ 아래의 현실적 방어
한국 정부는 여전히 ‘비핵화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도, 현실적 안보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핵무기 보유는 아니지만, 핵연료 기반의 잠수함 전력을 확보함으로써 자주국방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행보다.
결국 이번 결정은 한미 양국이 ‘핵 없는 핵 억제력’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