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에 포착된 ‘집단 이사’ 장면

14일 복수의 텔레그램 채널과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시아누크빌 내 ‘웬치(Whanch)’라 불리는 범죄 단지에서
조직원 수백 명이 컴퓨터 장비와 사무 집기를 차량에 싣는 영상과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당국의 정비가 예정돼 회사들이 긴급히 대피 중”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현지 경찰 관계자는 “최근 한국 언론이 집중 보도한 이후
조직들이 관심을 피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는 이미 라오스나 태국으로 이동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벌써 70%는 다른 나라로 이동”

해외 전자사기 조직 내부 정보를 공개해온 텔레그램 운영자 ‘천마’ 황모 씨는
“캄보디아 현지 조직의 상당수가 이미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된다”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조직의 약 70%가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태국·베트남 등으로 분산됐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달 경찰이 태국 파타야에서 적발한 조직원 25명 가운데 다수는
캄보디아 기반 조직 출신으로, 고수익 일자리로 속여 모집한 뒤
보이스피싱 등 범죄 행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경 넘어선 ‘이동형 웬치’ 확산

전문가들은 이번 움직임이 단순 도피가 아닌
‘이동형 범죄 생태계’의 본격화로 보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인터넷망과 송금 루트를 이미 확보한 상태라
국경 이동이 거의 자유롭다”며 “캄보디아 정부 단속이 강화되자
새로운 안식처를 찾아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직 간 내부 거래로
‘관할 지역권’을 사고파는 형태의 이동도 포착됐다”고 밝혔다.

▲정부 대응, 외교 채널 가동 절실

문제는 조직의 거점이 국경을 넘는 순간,
한국 경찰의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담당관) 역할이 사실상 제한된다는 점이다.
현재 경찰은 현지 수사 인력 파견 및 협력국 확대를 검토 중이지만,
실질적인 구조 활동은 외교적 지원 없이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환 인하대 교수는 “캄보디아는 우리나라의 ODA(공적개발원조) 수혜국”이라며
“ODA 협력 범위에 ‘안전·범죄 대응 조항’을 포함시켜
실질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제범죄 대응, 속도전이 관건

전문가들은 이번 ‘캄보디아 탈출’ 사태를 계기로
동남아 전역으로 확산 중인 국제 사기조직의 재편이
새로운 형태의 범죄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한다.
한국 정부가 현지 대사관과 경찰 파견 인력을 중심으로
‘국가 간 신속 공조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피해자 구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