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석탄과 철광석을 중국으로 수출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선박들을 유엔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대북 제재 추진으로, 북한의 불법 수출 자금줄 차단을 목표로 한다.
🔹 제재 대상, 제3국 선박 7척
미 국무부는 3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시에라리온, 러시아 등 제3국 국적 선박 7척이 북한산 석탄·철광석을 중국으로 운송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 인근 해상에서 불법 환적(배에서 배로 옮기는 방식)을 통해 화물을 인수받은 뒤, 중국 항구로 운반해 하역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해당 선박들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의 제재 목록에 추가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안보리 결의 2371호(2017년)는 북한의 석탄과 철광석 등 주요 광물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 “북한 핵개발 자금줄 차단이 목적”
국무부 관계자는 “석탄과 철광석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뒷받침하는 주요 수입원”이라며
“이들 선박을 제재하는 것은 북한의 자금 조달 능력을 약화시키고, 국제사회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선박 자동식별시스템(AIS) 데이터와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이들의 운항 경로와 하역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조사 결과, 일부 선박은 위치 정보를 조작하는 ‘지오 스푸핑(Geo-spoofing)’ 기술을 사용해 북한 해역에서의 활동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 구체적 제재 대상: ‘Flyfree’, ‘Casio’ 등
미국이 제재 대상으로 지목한 선박에는
시에라리온 국적 ‘Flyfree’호(북한 톈퉁·신평6호와 해상 환적 후 중국 웨이팡항 하역),
‘Casio’호(북한 남포항 → 중국 베이양항),
‘Mars’, ‘Cartier’, ‘Sofia’, ‘Armani’, ‘YiLi 1’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2024년 9월~2025년 2월 사이 북한산 석탄 및 철광석을 중국 항만으로 반복 운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 러시아·중국의 반대 변수
이번 제재안은 안보리 1718위원회 회람 절차를 거쳐, 5일 이내 이의 제기가 없을 경우 자동 확정된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거나 ‘보류’ 입장을 낼 경우, 제재는 효력을 얻지 못한다.
미국은 두 나라가 제재 결의의 당사국이라는 점을 들어, “국제 규범을 스스로 위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중·러 3국이 최근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어, 결의안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트럼프-김정은 회담 무산 직후 발표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무산된 직후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아시아 순방 중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으나, 실제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이번 제재는 몇 달 전부터 준비돼온 사안이며, 회담 무산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압박과 대화 병행 전략이 다시 가동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 北·中 교역 겨냥한 ‘정밀 제재’
미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북·중 간 비공식 무역 네트워크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특히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북중 교역 루트 차단이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번 공개 조치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불법 활동을 은폐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유엔 제재의 실효성은 집행력에 달려 있으며, 제재 위반을 방치하면 핵 위협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