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주가 조정 국면에서도 자사주 매입을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으며 ‘보수적 운용’ 기조를 강화했다. 회사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들어 9개월간 자사주 매입은 없었다”고 못 박았다. 시장에선 버크셔가 자기주식조차 사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국 증시에 대한 ‘밸류에이션 경계’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버크셔의 3분기 영업이익은 134억8,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보험 인수(언더라이팅) 부문 이익이 200% 이상 급증(23억7,000만달러)하며 호실적을 이끌었고, 철도·에너지·제조 등 주요 자회사도 수익 개선에 힘을 보탰다. 다만 자동차보험 자회사 가이코는 사고 증가 영향으로 세전 인수이익이 13% 감소했다.
반면 현금 보유액은 3,816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다시 썼다. 주식시장에선 매수보다 매도 기조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과세 대상 이익 104억달러를 거뒀다. 버크셔 A·B주 주가는 올해 들어 각각 약 5% 상승한 반면, S&P500은 16%대 상승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시장 일각에선 버핏이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일 때만 자사주를 산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한 결과라고 본다. 자사주 매입이 멈췄다는 건 버크셔 주가가 충분히 싸지 않다는 경계 신호로 읽힌다. 동시에 버핏 은퇴와 그렉 에이블 부회장으로의 승계가 가시화되며, 이른바 ‘버핏 프리미엄’ 약화가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버핏은 올해 말 CEO에서 물러나고,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한다. 에이블은 2026년부터 연례 주주서한 작성도 맡을 예정이다.
대형 인수·투자에선 여전히 선택적이다. 지난달 버크셔는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의 석유화학 자회사 ‘옥시켐’을 현금 97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022년 보험사 알레게니(116억달러) 이후 최대 규모 거래다. 그럼에도 현금이 쌓이는 속도가 더 빨라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버핏식 인내 전략이 유지되는 모양새다.
이번 분기 총순이익(상장주식 평가익 포함)은 30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다만 버크셔는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소각 중심의 주주환원을 선호해 왔다는 점에서, 매입 중단은 향후 주가 밸류에이션과 승계 체제 안정성에 대한 시장의 시선을 한층 보수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