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가 한국과 손잡고 희토류 공급망 협력을 본격화한다. 세계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첫 협력 파트너로 국내 영구자석 전문기업 **JS링크(JS Link)**가 선정됐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매일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희토류가 필요한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언제든 환영한다”며 “JS링크가 말레이시아 파항주 희토류 밸류체인에 참여해 현지에 영구자석 생산설비를 구축하게 됐다”고 밝혔다.

■ 첫 외국기업 희토류 가공투자…6억 링깃 규모

이번 협력은 말레이시아가 외국기업에 희토류 원료를 직접 제공하기보다 현지 투자와 가공을 전제로 한 동맹형 모델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JS링크의 투자 규모는 약 **6억 링깃(한화 2,050억 원)**에 달하며, 가공된 희토류 확보를 위한 설비가 올해 안으로 착공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는 2023년 9월부터 미가공 희토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자원 유출을 막고 부가가치를 국내에 남기기 위한 조치다. 이번 협력으로 한국 기업은 가공된 형태의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했다.
말레이시아의 희토류 매장량은 1,610만 톤으로, 아시아 최대 수준이다.

■ “좋은 친구 한국, 승인도 빨랐다”

안와르 총리는 인터뷰에서 “호주 기업이 이미 일부 참여하고 있지만, 한국은 믿을 수 있는 친구이기에 정부 승인도 신속히 처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협력이 단순한 자원 교역이 아니라 ‘전략적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이번 협력을 통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 공급망을 일부 대체할 수 있게 됐으며, 전기차·풍력·배터리·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 확보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 AI·데이터 허브로 변신 중인 말레이시아

안와르 총리는 희토류 산업뿐 아니라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에도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인피니언 등 글로벌 기술기업들이 이미 말레이시아에 투자하고 있다”며 “정치적 안정성과 명확한 경제정책이 외국기업을 끌어들이는 힘”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 만나 AI 데이터센터 확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의 AI 협력은 우리 정부의 핵심 추진 과제 중 하나”라며 “말레이시아는 AI·반도체·데이터센터의 허브로 성장 중이며, 이 흐름을 유지한다면 10년 안에 선진국 대열에 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 한국 산업계 파급 효과

이번 동맹은 한국 제조업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과 기술 주권 확보에 결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용 영구자석, 반도체 장비, 미사일 유도 시스템 등 전략 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로, 중국이 전 세계 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희토류-자석-부품-완제품’의 수직계열화를 실현할 수 있으며, 동시에 동남아를 거점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된다.

■ 전망과 과제

말레이시아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희토류 산업의 ‘채굴국’에서 ‘가공·제조 중심국’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다만, 현지의 기술력 부족과 환경 규제 강화는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폐기물 관리 및 정제공정의 안전성 확보가 향후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한편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이번 협력을 중국 리스크를 완화하는 전략적 대안으로 평가하면서, 향후 한국형 SMR(소형모듈원전) 및 배터리 소재 분야로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 요약하자면,
이번 말레이시아-한국 희토류 동맹은 단순한 자원 거래가 아니라 산업 주권과 첨단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이다.
말레이시아는 자원을 가공산업으로 전환하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고, 한국은 안정적 원자재 확보와 함께 동남아 시장 내 전략적 입지를 한층 강화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