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보름여 만에 시장의 반응이 숫자로 드러났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되고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 가운데, 전세 매물이 줄며 전세자금대출이 1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10월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한 달 새 5,385억 원 감소했다. 이는 2024년 4월(-6,257억 원)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9월(-344억 원)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로, 정책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 가계대출 늘었지만 주담대 ‘힘 빠져’
같은 기간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66조 3,718억 원으로 2조 2,769억 원 증가했다.
9월(+1조 1,964억 원)보다 배 이상 늘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증가 폭은 1조 2,683억 원에 그쳐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 절정이던 지난 6월(+6조 7,536억 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주담대 수요가 줄면서, 대신 신용대출은 한 달 새 1조 519억 원 증가했다.
이는 대출 규제 강화로 주담대를 받지 못한 금융소비자들이 마이너스통장 등 한도형 신용대출로 이동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10·15 대책’이 촉발한 대출 절벽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은 갭투자 차단을 목표로 했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실거주 요건을 부여했으며, 주택가격 구간별 대출 한도도 대폭 줄였다.
15억 원 초과 주택: 주담대 한도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 주담대 한도 2억 원
이로 인해 실거주 목적이 아닌 전세 끼고 매입하는 방식이 사실상 차단되며, 전세자금대출 수요가 급감했다.
여기에 총부채원리금비율(DSR) 규제가 유지되면서 대출 가능 한도는 금리 수준에 따라 더 줄어드는 구조다.
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오를수록 DSR 산정 시 원리금 상환액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대출 가능액은 자동으로 축소된다”고 설명했다.
■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도 ‘상승 압력’
금리 부담도 대출 위축을 부추기고 있다.
10월 31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연 3.69~5.83%, 신용대출(1등급·1년 만기)은 연 3.61~5.10% 수준으로 두 달 전보다 각각 약 0.2~0.3%p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은 11월 2일부터 5년물 금융채 금리 상승분(0.13%p)을 반영해 주담대 금리를 3.88~5.28%로 인상할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규제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시장금리마저 오르면서, 연말까지 대출 절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전세 감소, 월세 전환 가속
전세 매물 감소는 전세대출 수요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갭투자가 봉쇄된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전세의 구조적 축소와 월세 전환 가속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전세가격 상승이나 월세 부담 전가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의 임차인 보호장치와 보증금 반환 시스템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향후 전망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연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 하락도 기대하기 어렵고, 실수요자 중심의 ‘보수적 대출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책·금리·규제라는 삼중압력이 겹치면서, 올해 4분기는 전세와 주담대 모두 위축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