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에서는 70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연장과 6건의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등 실질적 성과가 도출됐다. 또한 ‘한한령(한류 제한령)’ 완화 가능성과 한화오션 제재 문제 등 민감한 현안도 테이블 위에 올랐다.

■ 70조 통화스와프 연장…금융시장 안정 신호

양국 중앙은행은 5년 만기 70조원(4000억 위안) 규모의 원–위안화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했다. 이는 외환시장 불안 시 유동성 공급망을 확보하고, 양국 교역 결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대통령실은 “이번 통화스와프는 금융·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동시에 양국 교역 확대의 실질적 기반을 마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경제·민생 분야 6건의 MOU 체결

이번 회담에서는 기획재정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각 부처가 참여한 6건의 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한중 경제협력 공동계획(2026~2030)

2.서비스무역 교류·협력 강화

3.실버산업 및 혁신창업 분야 협력

4.한국산 농산물의 중국 수출 원활화

5.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6.한국산 감 생과실 수출 검역요건 완화

특히 실버산업과 혁신창업 분야 협력은 고령사회 대응과 청년 창업 생태계 조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한화오션 제재·한한령 등 민감 현안도 논의

양 정상은 최근 중국 정부의 한화오션 자회사 제재 문제를 논의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생산적 논의가 있었다”며 “미·중 관계가 개선되면 한화오션 관련 조치에도 긍정적 진전이 있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또한 한한령(한류 제한령) 완화와 콘텐츠 교류 확대 방안도 논의됐다. 양측은 “문화 협력과 인적 교류를 활성화해 실무 협의를 통해 문제를 단계적으로 풀어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 평화·안보 분야 협력…비핵화 대화 재개 요청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북미대화 재개 필요성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 국빈 만찬, ‘닭강정과 마라 전복’으로 상징된 우정

정상회담 후 이어진 국빈 만찬은 ‘문화 외교’의 장이었다.
한국의 닭강정과 중국의 마라 전복이 메인 메뉴로 오르며, 양국의 우정과 화합을 상징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함께 흔들림 없는 평화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고, 시 주석은 “한중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공동 번영을 이루길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이날 만찬에서는 경주의 한우 떡갈비, 백합국, 삼색 매작과 등 한국의 전통 요리와 중국 술 ‘멍즈란’이 함께 제공됐다.
이 대통령은 바둑 애호가인 시 주석에게 본비자 나무로 만든 최고급 바둑판과 나전칠기 원형쟁반을 선물했으며, 시 주석은 이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 한중 관계 ‘복원+실익’의 새 국면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한중 관계의 ‘정상화’와 ‘경제 실익 확보’라는 두 축을 동시에 노린 실용외교의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경제 협력과 문화 교류, 외교·안보 협의체 복원을 통해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실질적 복원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는 국익과 실용 중심의 접근”이라며 “이번 회담은 양국 간 신뢰 회복과 협력 재개를 위한 분명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정치적 복원’을 넘어 ‘경제적 실익’으로 이어진 실질적 외교의 신호탄이다.
스와프 연장으로 금융안정을, MOU 체결로 산업·민생 협력을, 그리고 문화·외교적 소통으로 관계 정상화의 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