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상승 기대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주택가격전망지수(CSI)가 122를 기록하며 4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패닉바잉(공포 매수)’ 열풍에 휩싸였던 2021년 10월(12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기대 심리 급등
이번 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이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1년 뒤 주택가격이 현재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는 응답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6·27 가계부채 관리 대책 발표 이후 주춤했던 매수 기대가 다시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기대가 다시 높아졌다”며 “대책 이전 수준만큼 심리가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정부 대책 효과, 아직 제한적
이번 조사는 10월 14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됐으며, 일부 응답은 10·15 부동산 보완대책 발표 시기와 겹친다.
하지만 응답자의 약 75%가 대책 발표 전인 14일에 조사에 참여해 정책효과가 본격 반영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향후 몇 달간의 추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 소비심리는 둔화…경제 불확실성 영향
한편, 전반적인 경기 체감 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8로 전월보다 소폭(0.3포인트) 하락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한미 통상 협상 지연 등 대외 변수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경기판단지수는 91, 향후경기전망지수는 94로 집계되며, 7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소비자들이 경기 회복보다는 불확실성 장기화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 물가 불안도 확대 조짐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자들은 물가 상승 요인으로 농축수산물(53.8%), 공공요금(38.7%), 공업제품(32.2%)을 꼽았다.
‘집세 상승’을 물가 요인으로 답한 비중은 11.8%에서 15.8%로 4%포인트 증가했다.
■ “심리 과열, 정책 대응 시점 중요”
전문가들은 주택가격전망지수가 120을 넘으면 시장 과열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수가 120 이상을 기록했던 2021년, 수도권 집값은 급등세를 보였다.
한 부동산 연구원은 “정부의 대출 규제와 공급 정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기대심리가 다시 실제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