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요 동남아시아 4개국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며 경제·안보 협력 강화에 나섰다. 이번 합의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무역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분석된다.
■ 말레이시아·캄보디아·태국·베트남과 단계적 협정
26일(현지시간) 백악관은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과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상호 무역협력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말레이시아·캄보디아와는 정식 상호무역협정을, 태국·베트남과는 **프레임워크(기본 합의)**를 맺었다.
이번 협정에 따라 미국은 말레이시아·캄보디아·태국산 제품에는 19%, 베트남산 제품에는 **20%**의 상호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은 미국산 공산품과 농산품에 시장 접근 우대를 부여하고, 캄보디아와 태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전면 철폐하기로 약속했다.
■ 비관세 장벽 완화·디지털세 도입 금지
협정에는 무역 외에도 자동차 안전·배출가스 규제, 의약품 및 의료기기 인증 절차 등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조항이 포함됐다.
특히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미국산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에 ‘디지털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해, 클라우드·콘텐츠 산업의 부담을 줄였다.
백악관은 공동성명에서 “이번 합의는 경제 및 안보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여는 조치로, 공급망 회복력 강화와 투자·수출 통제 협력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밝혔다.
■ 핵심광물·희토류, 중국 견제 핵심 축
이번 협정의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핵심광물 및 희토류 관련 합의다.
말레이시아는 미국에 희토류와 핵심광물 수출을 제한하거나 할당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으며, 양국 기업 간 공동 개발 및 산업 인프라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중국이 희토류 공급 제한을 시사한 상황에서 미국이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 트럼프, 아시아 순방 첫 성과로 부각
이번 무역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첫 일정지인 말레이시아 방문 중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를 비롯해 태국의 아누틴 찬위라꾼 총리, 캄보디아의 훈 마네트 총리와 만나 협정을 체결했으며, 양국 간 국경 충돌 이후 태국·캄보디아 휴전 협정 서명식도 함께 주재했다.
■ 향후 절차와 전망
미국과 말레이시아·캄보디아 간 협정은 향후 몇 주 내 각국의 국내 절차를 거쳐 발효될 예정이며, 태국·베트남의 경우 세부 조항 협상 이후 정식 서명과 비준 절차를 밟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중국 의존을 줄이고, 미국 주도의 공급망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L자형 장기 재편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이후 예정된 한국·중국 정상회담에서도 추가적인 무역 재조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