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말레이시아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이번 합의로 전기차, 철강, 바이오경제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양국 교역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말레이시아의 전기차·철강 시장이 개방되면서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6년 만의 협상 타결…전략적 교역 파트너십 강화
이번 합의는 2019년 협상이 중단된 이후 6년 만에 재개된 것으로, 지난해 협상 재개 후 1년여 만에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회담을 갖고 FTA 체결에 공식 합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협정은 양국이 상호 보완적인 산업 구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 전기차·철강 관세 철폐…한국 제조업 수출 확대
FTA 발효 이후 말레이시아는 전기차 세단과 SUV에 부과하던 10%의 관세를 철폐한다.
이에 따라 한국 완성차 및 부품 기업의 현지 진출이 더욱 유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냉연강판, 도금강판 등 9개 철강 품목에 대한 5% 관세도 폐지되어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체의 수출 물량이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말레이시아 내 조립형 전기차 생산 확대에 따라 국내 배터리, 모터, 제어기기 등의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할랄·공급망·바이오 등 11개 분야 협력
양국은 이번 협정을 통해 할랄 산업, 지식재산권, 공급망, 바이오경제 등 11개 분야를 협력 대상으로 지정했다.
특히 말레이시아가 아세안 내 할랄 인증 중심국으로 자리 잡은 만큼, 한국 식품·화장품 기업의 무슬림권 진출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또한 희토류와 주석 등 전략 자원이 풍부한 말레이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배터리와 반도체 소재 공급망 안정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
이번 FTA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분쟁해결(ISDS) 절차를 구체화한 것도 특징이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기술이전 강제 금지, 국산 부품 의무 사용 요건 배제 등 공정한 경쟁 환경을 보장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투자 안정성이 높아진 만큼 한국 기업의 말레이시아 직접투자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향후 전망
올해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교역 규모는 약 270억 달러로 추산된다.
FTA가 발효되면 내년에는 3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자동차·철강뿐 아니라 바이오, 헬스케어, K-푸드, 정보통신기술(ICT) 등 신산업 전반으로 교류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을 “단순한 무역 장벽 완화가 아닌, 동남아시아를 향한 한국의 전략적 공급망 확장 시발점”이라고 평가한다.
FTA 발효를 통해 한국은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등 핵심 산업에서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하는 **‘동남아 협력 벨트’**를 완성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