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외에서 ‘완판 신드롬’을 일으켰던 중국 팝마트(Pop Mart) 캐릭터 ‘라부부(Labubu)’의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셀럽들이 앞다퉈 인증샷을 올리며 리셀(되팔기) 가격이 수십 배까지 치솟던 때와 달리, 최근에는 거래가격이 정가 이하로 떨어지고 검색 관심도 또한 급락했다.

▲SNS를 달궜던 캐릭터, 검색량 ‘제로’로 추락

25일 국내 포털 데이터 통계에 따르면 라부부 검색량은 지난 7월 최고 수준(100)을 찍은 이후 불과 석 달 만에 0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관심이 폭발하던 시기와 비교해 거의 사라졌다는 의미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한때 ‘라부부 자아 키링’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100만 원까지 거래됐지만, 현재는 14만 원대로 떨어졌다.
다른 시리즈 제품들도 정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등, 리셀 시장의 열기가 완전히 식은 모습이다.

▲최고가 수억 원까지 올랐던 ‘한정판 신화’도 퇴색

라부부는 과거 한정판 출시 때마다 품귀 현상을 빚으며 리셀가가 급등했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 반스(Vans)와의 협업 제품은 정가가 11만 원 수준이었지만, 리셀 시장에서는 약 280만 원에 거래됐다.
중국 베이징의 한 경매에서는 2억 원을 웃도는 낙찰가를 기록하며 ‘아트토이 열풍’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해외 중고거래 플랫폼 설문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라부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고, 대형 피규어 역시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 “광풍 지나고 스테디셀러 단계로 전환”

시장 전문가들은 라부부 현상을 “1990년대 헬로키티의 인기 흐름과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즉, 폭발적인 인기가 한 차례 지나가고 나면, 일정 수준의 수요만 남는 ‘스테디셀러화’ 과정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호주계 헤지펀드 아노트캐피털은 “라부부는 여전히 대중성이 있지만 리셀 프리미엄은 약해졌다”며
“앞으로는 희소성보다 브랜드 감성 중심의 소비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블라인드 박스’ 열풍이 남긴 교훈

라부부는 북유럽 신화를 모티브로 한 아트토이로, 홍콩 작가 룽카싱이 2015년에 만든 캐릭터다.
특징적인 토끼 귀와 복슬복슬한 털, 9개의 이빨이 트레이드마크다.
제품이 블라인드 박스(랜덤 포장) 형태로 판매되기 때문에, 개봉 전까지 어떤 디자인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 희소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 구조가 과잉 투기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소비자들이 희귀 모델을 노리고 과도한 구매를 이어가면서 일시적 가격 거품이 형성된 셈이다.

▲“이제는 수집보다 취향의 영역으로”

전문가들은 라부부의 인기가 식은 것이 단순한 유행의 끝이 아니라, 수집 시장의 건전한 조정 국면으로 본다.
한 캐릭터에 과도한 프리미엄이 붙는 현상이 사라지고, 소비자들이 ‘감정적 만족’ 중심의 소비 패턴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완구업계 관계자는 “라부부 열풍은 한정판 수집이 투자 대상으로 변질될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를 보여줬다”며
“앞으로는 브랜드의 감성·스토리·완성도가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

라부부의 리셀 시장은 ‘광풍’에서 ‘정상화’로 옮겨가고 있다.
가격 거품이 빠지면서 캐릭터 본연의 매력과 브랜드 가치가 다시 주목받는 시점이다.
‘희소성의 환상’ 대신, 소비자 스스로의 취향을 중심으로 한 성숙한 컬렉션 문화가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