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제때 청구되지 않아 지급되지 못한 금액이 8,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구 절차를 밟지 않으면 지급이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수령 대상자 고령화와 해외 이주 등으로 미수령자가 해마다 늘고 있어,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5년 6개월간 미수령 9만7천여 건…노령연금이 절반 차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약 5년 6개월 동안 미수령 건수는 9만7,898건,
금액으로는 약 8,689억 원에 달했다.

유형별로 보면 노령연금 미수령액이 4,326억 원으로 전체의 절반 수준이었다.
사망 관련 급여(유족연금 등)는 2,835억 원,
가입 기간이 짧아 일시금으로 돌려받는 반환일시금도 1,527억 원에 이르렀다.

이 중 약 5.6%인 5,520건은 이미 소멸시효가 만료되어 더 이상 수령할 수 없는 상태다.
노령연금만 따로 보면 약 70억 원이 시효 만료로 지급 불가능하게 됐다.

▲국민연금, ‘신청해야 받는 제도’

국민연금은 ‘자동 지급’이 아니라 신청을 해야 지급이 개시되는 구조다.
노령연금과 사망 관련 급여는 5년, 반환일시금은 10년이 지나면 청구권이 소멸한다.

신청을 놓친 대상자는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나 관할 지사에서 지급 청구서를 제출하면 수령이 가능하다.
그러나 청구 안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연락처·주소 변경으로 안내문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 실제 청구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 많아"…공단은 5단계 안내 실시 중

국민연금공단은 수급권 발생 3개월 전부터 시효 만료 전까지 이메일·우편·전화 등 5단계에 걸쳐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인순 의원은 “공단이 미청구자에게 꾸준히 안내하고 있지만,
정보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층과 해외 체류자 중심으로 미수령이 계속 발생한다”며
“수급권 소멸을 막기 위한 홍보와 정보 전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단 관계자 역시 “미수령자 상당수가 주소지 불명, 연락 두절, 해외 거주 등으로 확인이 어렵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지급 안내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왜 연금을 안 찾아가나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미수령의 배경을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한다.

정보 접근성 부족: 고령층의 디지털 접근성 한계로 안내 문자·이메일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 다수.

해외 이주·주소 불일치: 이주 후 주소 미변경으로 청구 안내를 받지 못함.

제도 이해 부족: ‘자동 지급’으로 오해하거나, 소액 연금이라 청구를 미루는 경우 존재.

“연금은 권리…소멸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납부한 국민의 명백한 권리”라며
“청구 시효가 지나면 법적으로 돌려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기간 내 신청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민연금 미수령금이 8,700억 원까지 쌓인 것은 단순 행정 문제가 아니라,
고령층의 정보 접근 불평등과 복지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