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그룹주가 일제히 신고가를 경신하며 증시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기선 회장의 공식 취임과 계열사 합병 기대감, 그리고 미국 조선산업 부활 및 AI 기반 인프라 확장 모멘텀이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한껏 달아오른 모습이다.
■ 그룹주 전반 ‘상승 행진’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조선, 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마린엔진 등 주요 계열사들이 나란히 장중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은 46만3000원까지 올랐고, HD현대는 18만8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 역시 각각 58만2000원, 23만4500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달 들어 HD현대 계열 10개 상장사의 주가가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다. HD현대와 HD현대미포조선은 15% 이상, HD현대일렉트릭과 HD현대마린솔루션은 17% 이상 오르며 그룹 전반의 강세를 이끌었다.
■ 정기선 회장 취임, 30년 만의 오너경영 복귀
최근의 주가 상승은 정기선 회장 취임이라는 상징적 변화를 반영한다.
정 회장은 HD현대그룹의 수석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며 지주사 HD현대와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게 됐다.
이는 그룹이 30여 년 만에 오너 중심의 경영 체제로 복귀했음을 의미한다.
그는 건설기계·에너지 등 실적이 부진한 부문에도 직접 참여해 수익성 회복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리더십 일원화를 통해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투자 전략이 보다 공격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 조선·건설기계 부문 합병, 시너지 본격화
정 회장이 주도하는 계열사 구조 재편도 주가 상승의 주요 동력이다.
조선 부문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의 통합이 12월 1일을 기점으로 완료될 예정이다.
양사 합병으로 특수선·방산 사업의 생산능력이 확대되고, 도크 가동률이 개선되면서 매출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기계 부문에서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병이 내년 1월 마무리된다. 새 통합법인 ‘HD건설기계’ 출범 후 양사의 연 매출은 약 8조 원에서 2030년까지 14조8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엔진 사업부와 건설장비 사업의 수직 계열화가 이뤄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 글로벌 성장 테마도 호재
HD현대는 **미국의 조선산업 부활 프로젝트(MASGA)**와 AI 인프라 확대 흐름에서도 수혜가 예상된다.
미국의 대형 조선 발주 확대는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의 수주 기회를 넓히며,
AI 확산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는 HD현대일렉트릭 등 전력 계열사에 장기 성장 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HD현대는 조선·전력·엔진 등 각 부문이 글로벌 트렌드와 직접 맞닿아 있어 그룹 전반의 동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 전문가 전망 – “2025년은 재평가 원년 될 것”
증권가에서는 HD현대의 합병 효과가 본격화되는 내년을 기점으로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합병 이후 건설기계·엔진 사업부의 매출 규모가 커지고 글로벌 경쟁사 대비 저평가 요인이 빠르게 해소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방산·특수선 부문이 새로운 성장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AI·전력 인프라, 친환경 선박 기술, 방산 수출 확대 등이 HD현대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지탱할 것으로 보인다.
■ 기자의 시각
HD현대그룹의 주가 랠리는 단순한 실적 반등이 아니라 리더십 전환과 산업 구조 재편, 글로벌 테마의 삼중 효과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합병이 완료되는 2025년은 ‘정기선 체제’가 실질적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조선·에너지·건설기계의 삼각 축을 안정적으로 묶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HD현대는 전통 제조기업에서 글로벌 기술 인프라 그룹으로의 전환점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