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본격화되자, 자금이 또 다른 출구를 찾아 움직이고 있다. 이번엔 온라인투자연계금융, 이른바 P2P 대출 시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제1·2금융권이 막히자, 저신용 차주들이 높은 금리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P2P를 선택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 “은행은 안 되지만, P2P는 되더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용점수 650점대지만 주택담보 P2P 대출을 받았다”는 글이 속속 올라온다.
이들은 한결같이 “금리가 다소 높지만, 한도가 나오고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어 나쁘지 않았다”고 말한다.
즉, 제도권에서 퇴짜를 맞은 대출 수요가 비제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 LTV·DSR 비적용… 규제 사각지대의 ‘틈새시장’

P2P 주택담보대출은 LTV(주택담보인정비율)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또한, 1·2금융권에 설정된 주담대 6억 원 한도 제한도 없다.
이 때문에 기존 금융권에서 한도가 부족한 차주들이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P2P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결제원 산하 P2P센터 자료에 따르면,
6·27 대출대책 이후 P2P 업체들의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7월 5,999억 원 → 8월 6,031억 원 → 9월 6,084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대출을 조이자, 오히려 규제 밖의 영역에서 새로운 대출 풍선이 부풀고 있는 셈이다.

💰 저축은행도 가세… ‘제도권+비제도권’ 연계 강화

최근 저축은행들도 P2P업체와 손잡고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이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이후, 실제 연계투자가 본격화된 것이다.

고려저축은행은 P2P 플랫폼과 손잡고 신규 투자 채널을 개척했고,
‘어니스트AI’, ‘PFCT’, ‘8퍼센트’, ‘모우다’, ‘머니무브’ 등 주요 업체들도
저축은행 자금을 공급받아 중신용층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로써 P2P 대출은 더 이상 소규모 개인 투자 중심의 영역을 넘어,
저축은행 자금이 유입되는 준(準)제도권 금융 형태로 진화 중이다.

⚠️ 금융당국, “풍선효과 모니터링 강화”

금융당국은 이러한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잔액 100억 원 이상인 상위 2개사(8퍼센트, PFCT)**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진행하며, 영업 확대 과정에서의 규제 회피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의 빈틈을 이용해 과도한 영업을 하는 사례가 없도록 점검 중”이라며
“필요 시 다른 업체로 점검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고금리·부실 리스크, 서민만 위험해질 수도

문제는 금리다. P2P 주담대는 일반 은행권보다 1.5~3배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
게다가 저신용자 중심의 차주 구성으로 인해 상환능력에 대한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결국, 단기 유동성은 확보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P2P는 규제 회피의 통로이기도 하지만,
차주가 감당해야 할 금리 부담과 상환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위험한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기자의 시각 – “규제는 조이되, 사각지대는 넓어진다”

이번 사태는 ‘규제가 강해질수록 사각지대는 넓어진다’는 금융의 역설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려는 정책이 오히려 비제도권 대출 시장의 팽창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신용자에게는 P2P 대출이 ‘마지막 숨통’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제도권 금융이 그들을 품지 못한다면 결국 더 큰 사회적 리스크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금융당국의 과제는 “규제를 강화할 것인가”가 아니라, “빈틈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다.
P2P 시장이 단순한 풍선이 아닌,
건전한 대안금융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투명성 확보와 소비자 보호 장치가 동시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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