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모리반도체 3위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가
한국 반도체 인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고연봉·비자 지원·거주비 혜택 등을 제시하며
대만 생산라인 인력 충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 대만 타이중 공장, HBM 생산 전초기지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플랫폼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한국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대만 타이중(Taichung) 팹(Fab) 근무 채용 공고를 다수 게시했다.
해당 공장은 마이크론의 최대 D램 생산 거점이자 HBM(고대역폭 메모리) 주요 생산시설로,
엔비디아·AMD 등 글로벌 AI 반도체 고객사의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채용 직무는 주로 HBM 설계·패키징·공정 엔지니어링 분야이며,
일부 경력직에는 임원급(Director Level) 직위와 함께 총 보상액 2억 원 수준의 연봉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채용은 현지 헤드헌터를 통해 링크드인 프로필을 기반으로 한 직접 스카우트(Headhunt)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 “HBM 시장 1000억달러 시대 대비”…마이크론의 전략

마이크론의 이번 행보는 AI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인재 선점 전략’**으로 풀이된다.
HBM은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수 배 빠르고,
AI 학습용 GPU와 데이터센터용 서버 메모리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재 글로벌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마이크론 입장에선 ‘한국式 공정 노하우’를 확보하는 것이 시장 돌파의 핵심이다.

산제이 메흐로트라(Sanjay Mehrotra) 마이크론 CEO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2030년까지 HBM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HBM 성장률은 기존 D램보다 훨씬 가파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이를 두고 마이크론이 삼성·하이닉스를 정면으로 겨냥한 인재 확보 신호탄을 쏜 것으로 해석한다.

■ 한국 반도체 인력, ‘글로벌 쟁탈전’의 중심

마이크론의 러브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에도 경기도 판교 일대 호텔에서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 대상 비공개 면접을 진행하며
이직자에게 10~20% 임금 인상, 비자·주거비 지원을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번에는 HBM 개발과 패키징 기술자를 중심으로 채용 폭을 확대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AI 메모리 수요 폭증으로 HBM 기술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삼성·하이닉스 출신 엔지니어는 글로벌 모든 반도체 회사가 탐내는 인재”라며
“최근 엔지니어 사이에서는 ‘대만 HBM 프로젝트 제안이 들어왔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고 전했다.

■ 국내 산업 파급력…“인재 유출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마이크론의 공격적 스카우트가
국내 반도체 기술 유출 및 인력 공백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AI·HBM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된 만큼,
한국 정부와 기업이 핵심 기술인력 보호 및 보상체계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산업정책 연구원은
“연봉 2억 원대 제시는 단순한 인재 확보가 아니라,
한국 반도체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기술 흡수형 리크루팅’”이라며
“국내 기업도 기술인재 보상체계 혁신과 연구직 처우 개선 없이는
글로벌 탈(脫)한국 흐름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 증시 영향…“HBM 수혜는 지속”

단기적으로는 마이크론의 채용 공세가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이미 AI 메모리 시장에서 양산 능력과 수익성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인력 쟁탈전이 심화되면 국내 연구인력의 공급 불안이
기술개발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결론

마이크론의 공격적 스카우트는 단순한 인력 이동을 넘어,
AI 시대 메모리 주도권을 향한 글로벌 기술전쟁의 전면화를 상징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세계 시장의 중심에 서 있는 만큼,
이제는 기술뿐 아니라 ‘사람을 지키는 전략’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