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콜서 경고성 메시지… 트라이컬러 사태로 1억7000만달러 상각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비우량 자동차 담보대출 업체들의 잇단 파산을 두고 “신용시장 곳곳에서 과잉의 초기 징후가 보인다”고 진단했다. 은행권과 투자자들이 지난 수년간의 장기 신용 호황에 익숙해진 사이, 일부 취약 섹터에서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는 경고다.

JP모건은 14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발표에서 트라이컬러(Tricolor) 파산 관련 익스포저를 반영해 1억7000만달러(약 2,300억원) 규모의 자산을 상각 처리했다. 다이먼 CEO는 실적 콜에서 “한 곳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수면 아래 더 많은 위험이 숨어 있을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그는 별도 인터뷰에서도 “지난 10여 년 간의 강한 신용 사이클 이후 과도한 레버리지와 완화된 심사 관행이 일부 영역에서 누적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불거진 트라이컬러는 저신용 차주 대상 자동차 담보대출을 주력으로 해온 업체로, 최근 규제·수사 환경 악화와 연체율 상승 압력 속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시장에선 부품사 퍼스트브랜즈의 파산까지 겹치며 자동차 밸류체인 전반의 현금흐름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왜 ‘차(車)대출’이 먼저 흔들리나

금리 고점 구간의 체감 상환부담: 변동 혹은 재조정 구조를 가진 서브프라임 대출은 금리 충격에 가장 먼저 반응한다.

중고차 가격 정상화: 팬데믹 기간 급등했던 중고차 가격이 되돌림을 보이면서 담보가치(LTV) 방어력이 약해졌다.

소비자 재무여력 둔화: 저축률 하락, 카드 연체 상승 등 미국 가계의 여유 자금 완충재가 줄어드는 추세다.


이 같은 요인은 서브프라임 오토 ABS(자산유동화증권) 스프레드 확대, 딜 구조의 보수화(신용보강 강화·트랜치 커팅), 신규발행 둔화 등 자금조달 비용 상승→대출 공급 축소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은행권은 직접 익스포저뿐 아니라, 동 섹터 익스포저를 보유한 상대 금융기관·펀드와의 간접 연쇄 경로를 점검해야 한다.

▲투자자와 국내 금융시장 시사점

크레딧 선별의 시간: 하이일드·프라이빗 크레딧 등 고위험 채널의 섹터별 변동성 분화가 커질 전망. 오토·리테일·레저 등 금리 민감 업종의 트리거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은행·브로커딜러 리스크 관리: 대손충당금 적립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 리스크 가중자산(RWA) 효율화와 유동성 버퍼 재점검이 이어질 것.

주식시장에는 ‘선별적 방어’: 은행·보험 내에서도 익스포저 구획이 명확한 종목의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할 수 있다. 반대로 오토 금융 의존도가 높은 플레이어는 실적 눈높이 조정 압력이 잔존.

국내 채권·크레딧 시장: 글로벌 크레딧 리스크 프라이싱이 타이트한 구간에서 돌발 이벤트가 나오면 스프레드 재평가(리프라이싱)가 나타날 수 있다. 만기구조 분산과 현금성 자산 비중 확대로 대응 여지 확보가 필요하다.

다이먼 CEO는 “우리의 관련 노출은 관리 가능한 범위지만, 경보음이 울릴 때 시장 전체가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대출이라는 비핵심 파이프라인의 균열이 더 큰 신용 이벤트로 번질지, 국지적 조정으로 마무리될지는 향후 수개월 간의 연체·회수지표가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