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다주택자, 증세 기류 속 ‘증여 러시’ 본격화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다주택자들이 매매 대신 자녀에게 증여를 택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보유세 등 세제 강화를 시사하자, “지금 팔기엔 부담스럽고 나중엔 더 비싸질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증여 거래, 9월 들어 급증

법원 등기정보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에서 부동산 증여에 따른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한 수증인은 2100명대에 달해 전월 대비 약 40% 이상 증가했다.
이는 2022년 말 이후 처음으로 월 2000건을 넘긴 수치다.
올해 들어 월평균 대비로도 크게 늘었으며,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집값 상승과 세금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했다고 본다.
실제로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누적 상승률은 5%를 넘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름폭이 크다.
가격이 오르면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도 늘어나기 때문에, 세부담이 더 커지기 전에 ‘증여 타이밍’을 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3구 중심의 고가주택 증여 활발

증여 거래는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3구’를 중심으로 집중됐다.
강남구는 올 들어 500건이 넘는 증여 건수를 기록하며 가장 많았고,
양천구·송파구·서초구가 그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고가 주택 보유자가 세제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일부는 증여취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파트 외 부동산으로 방향을 돌리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세제 강화 신호가 불안 심리 자극

증여 증가의 또 다른 이유는 세제 관련 정책 방향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들이 잇따라 “시장 안정과 주거 복지를 위해 세제 활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에서 “결국 보유세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최근 국토부와 기재부 인사들의 발언에서도
“필요시 부동산 세제 조정 가능성”이 잇따라 언급되자
고가 자산가들이 ‘선제적 증여’로 대응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시가격·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이 변수

전문가들은 향후 세부담을 결정할 두 가지 핵심 지표로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꼽는다.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69%)이 80% 수준으로 상향되고,
공정시장가액비율 역시 종부세 60% → 80%, 재산세 45% → 60%로 조정될 경우
보유세가 사실상 이중 인상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경우, 공시가격이 조정되지 않아도 시세 상승만으로 세금이 오르는 ‘조용한 증세’가 현실화된다.

▲시장 영향: 매물 감소와 세대 이동 가속

증여 거래가 늘면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된다.
보유 자산이 가족 내에서 이전되면서 실질적인 거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자녀 세대로 자산이 이동하면서
향후 금리나 세제 환경이 바뀔 때 새로운 매물로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증여세와 취득세 부담은 여전히 크지만,
향후 세제 인상 리스크를 감안할 때 ‘지금이 낫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상담에서는 ‘팔까, 물려줄까’를 고민하는 다주택자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전망: 연말 정책 발표가 분수령

전문가들은 이번 주 발표 예정인 부동산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 확대 여부와 세율 조정 신호가 시장 심리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당장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격한 증세 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공시가격 현실화만으로도 보유세 상승은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결국 시장의 방향은 “세금보다 시간 싸움”으로 좁혀지고 있다.
증여든 매도든, 정책 변화 속도를 얼마나 정확히 읽느냐가
내년 서울 부동산 시장의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