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가입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더 빨리 납부해 더 많이 받자’는 논리지만, 재정 건전성과 청년 부담 논란을 함께 안고 있는 이슈다.
최근 국회에서는 18세가 되면 자동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도록 하는 법안이 잇달아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서영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두 안 모두 18세가 되면 의무가입으로 전환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특히 서 의원의 안은 국가가 3개월간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주는 지원까지 담고 있다.
이 아이디어의 핵심은 단순하다.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유리하다. 납부 기간이 10년 늘어나면 향후 연금 수령액이 상당히 커진다. 지금처럼 취업이 늦어지고, 비정규·플랫폼·프리랜서 일자리가 많아진 환경에서는 20대 초중반 가입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런 청년층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자는 의도다.
실제 국민연금공단 자료를 보면, 30세 미만의 임의가입자는 최근 5년여간 2배 이상 늘었다. 2019년 말 1만 명 수준이던 것이 올해 3월에는 2만5000명에 이른다. 자영업자·플랫폼 노동자·취업 준비생 등 기존의 직장가입 대상이 아닌 청년들이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갖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정치권의 논의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선 당시부터 “18세 이상 전원 자동가입” 공약을 제시했다. 첫 달 보험료를 국가가 납부해주는 ‘청년 국민연금’ 아이디어도 꺼냈다. 현재 국정기획위원회가 해당 안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다.
그러나 ‘18세 자동가입’ 구상이 만능 해결책이 될 수 있느냐에는 의문이 따른다. 국민연금 재정 문제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이 납부한 보험료로 기금을 운용해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다. 젊을 때 보험료를 더 걷으면 당장은 재정이 늘어나지만, 이들이 나중에 수급자가 되면 전체 재정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3월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도 43%로 상향하는 개편을 통과시켰지만, 재정수지 적자 전환 시점을 7년, 기금 소진 시점을 8년 늦추는 데 그쳤다. 구조적 불균형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셈이다.
전문가들도 ‘가입 시기’ 못지않게 ‘가입 기간의 실질적 확장’을 강조한다. 고려대 김태일 교수는 “한국의 국민연금 평균 가입기간이 20년 남짓으로 유럽 평균(35년)보다 너무 짧다”며 “국가가 일부 보험료를 대주느냐보다, 가입기간을 늘려 연금제도 자체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쟁점은 청년층의 부담이다. 자동가입으로 제도를 설계할 경우, 실제 납부 여력이 없는 청년에게 부담을 지우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의식해 서영석 의원 안에는 ‘3개월 보험료 국가 지원’이 포함됐다. 나중에 경제활동이 본격화되면 ‘추납’(소급납부)으로 연금액을 늘릴 수 있다는 설명도 따른다.
하지만 추납도 결국 경제활동 이후의 추가 지출을 의미한다. 청년 세대의 경제적 불안정성을 감안할 때, 실제 제도 설계에서의 부담 분배와 재정 보완책은 더 치밀하게 논의돼야 한다.
요약하면, 18세 자동가입 논의는 “노후 준비를 빨리 시작하자”는 사회적 합의 시도이자, 청년층의 장기적 연금혜택을 키우기 위한 설계 전략이다. 그러나 동시에 국민연금 재정 안정성, 청년층 부담 완화, 지원 구조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