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성남시에서 국내 최초의 창고형 약국이 문을 열면서, 약국업계에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마치 대형마트처럼 진열된 약품들 사이를 고객이 직접 카트를 끌고 돌아다니며 쇼핑하는 이 신개념 약국은, 편리함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소비자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약사 사회는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가방은 보관함에, 약은 장바구니에”

성남시의 이 창고형 약국은 약 130평 규모의 대형 매장입니다. 입구에서는 직원이 마트용 장바구니를 건네며 고객을 맞이하고, 안으로 들어서면 소염제·진통제·감기약·건강기능식품·생활용품까지 약 2,500여 개 품목이 마치 마트처럼 진열돼 있습니다.

특히 밴드형 반창고만 100여 종, 감기약은 50종 이상으로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으며, 제품마다 가격표가 붙어 있어 소비자가 직접 비교·선택할 수 있습니다. 일부 품목은 일반 약국보다 최대 2,500원가량 저렴해, 가성비를 중시하는 중장년층과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일반 약국과 다른 ‘셀프 쇼핑’ 구조

이 매장은 기존 약국처럼 처방전 의약품은 취급하지 않으며, 오로지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약품 등을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고객은 직원의 통제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약을 고르고, 현장에서 상주하는 약사에게 직접 상담도 받을 수 있습니다. 약사는 제품 간 성분 차이나 가격 차이를 설명해주는 등 적극적인 안내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개방형 운영 방식은 미국의 CVS, 월그린 같은 드러그스토어 모델을 연상시킵니다. 다만, 한국은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도록 규정된 ‘약사법’**이 존재해 드러그스토어의 확장이 어려웠습니다. 이번 창고형 약국의 대표는 기존에 종로에서 대형 약국을 운영한 약사 출신으로 알려졌습니다.

약사 사회는 ‘긴장’, 소비자는 ‘환영’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 확대와 가격 경쟁력이 반갑지만, 약사 단체는 우려를 표합니다. “의약품 쇼핑이 마치 생활용품 구매처럼 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실제로 경기도약사회는 대응 TF팀을 꾸려 확산 방지에 나섰으며, 약국이 몰려 있는 서울, 분당, 용인지역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복지부 “법 위반 정황은 없어…현장 조사 검토 중”

보건복지부는 현재 해당 약국에 대해 다수 민원이 접수된 상황이지만, 약사가 직접 판매와 설명을 병행하는 한 약사법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다만, 민원 내용을 검토해 현장 조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리: 창고형 약국, 정착할까? 반짝일까?

창고형 약국은 편의성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입니다. 소비자는 반기고, 약사 사회는 긴장하고, 정부는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 새로운 형태의 약국이 국내에 새로운 유통질서를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