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리자는 논의는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까지 와 있다. 고령화 속도,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노동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요인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시계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 논의는 끝났고, 결정만 남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년 연장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해 노사 의견을 수렴했다. 속도만 다를 뿐, 최종 목표는 모두 ‘정년 65세’다. 문제는 이 중 어떤 안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그 선택의 정치적 비용을 누가 감당하느냐에 있다.

▲ 정책 연구기관은 ‘중간 속도’에 무게

민주당 싱크탱크는 가장 완만하지도, 가장 빠르지도 않은 ‘혼합형 단계안’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판단을 내놓았다. 소득 공백을 줄이기 위해 퇴직 후 재고용을 병행하고, 임금체계와 노동시장 구조를 동시에 손봐야 한다는 전제도 달렸다. 다만 이 역시 충분한 시간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조건부 해법이다.

▲ 노사 간극, 정치가 메워야 할 몫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과 조직 경직성을 우려하고, 노동계는 임금 조정이나 고용 조건 후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정치권이 결단을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청년 변수’, 늦게 등장한 이유

논의 막바지에 꾸려진 청년 태스크포스(TF)는 또 다른 부담 요인이다.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겠다는 취지지만, 정작 핵심 쟁점인 임금 구조나 노동시간 조정은 논의 테이블에 충분히 올라오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시간은 많지 않다

정년 연장은 결국 누군가에게는 이익이고, 누군가에게는 불안 요인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합의가 어려워 손을 놓는 순간, 결정 비용은 미래 세대에게 전가된다. 연내 입법을 공언한 만큼, 이제 남은 것은 추가 논의가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년 65세는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그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다.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 남은 건 결단이다.